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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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서 자주 다루는 기사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부시 정권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하고 개입을 시작했다. 결국 철군을 하기에 이르렀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탈레반에게 장악되는 시간만 남고 있다. 완전 철군을 목전에 두고 지난 20년간 부단히 진행시킨 아프가니스탄 재건효과에 대한 근본적 의문만 커지고 있다. 9일까지의 자료를 보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수도 카불을 50㎞ 남긴 풀리아람, 카라트, 타린코트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란즈람이라는 지역을 함락시킨 이후 일주일 만에 주도 총 34곳 중 16곳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파죽지세다. 미국이 20년간 880억 달러를 아프간에 비용을 썼다. 약 103조원이다. 사실 아프간 정규군은 30만이다. 탈레반은 7∼8만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은 이슬람국가를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군은 부패와 탈영 등 소속감이 희박하다. 미국지원을 가진 자들이 이권을 나누고 확대하는 계기로만 삼았다. 그러니 부패도 확대됐다. 물론 아프간은 특이한 지역이기도 하다.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구성돼 있다.

‘제국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고대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래 칭기즈칸의 몽골제국도 아프간에서 멸망의 단초를 제공받았다. 19세기 대영제국도 아프간을 점령하려다 처참하게 패퇴 당했다. 소련의 붕괴도 아프간과 무관하지 않다. 1980년 소련의 아프간 점령시도의 실패가 1989년 소련의 붕괴로 이어져 간 것이다. 미국도 테러의 온산지를 발본색원한다는 미명하에 2001년 미군을 참전시켰지만, 제국의 무덤 하나를 추가시키고만 말았다. 그다음 제국은 어디일까. 중국이 지레 겁먹고 있다.

이슬람근본주의 국가가 국경 400㎞를 접하고 목전에 탄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미군일지라도 그 험준한 산악에서 이겨낼 수 없었고 게다가 이슬람이라는 근본주의 종교에 철저히 전착 돼 있는 세력들이다. 중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접하고 있다. 와한회랑이라고 불리는 동서로 뻗어진 협곡을 사이로 국경선이 접한다. 설상가상으로 1996년부터 탈레반이 200여 차례 중국 위구르 내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국경과 영토 완정을 핵심이익으로 상정하고 있는 중국은 미군 철수 후를 크게 걱정한다. 변경지역 안보를 탈레반이 국가를 건설해 흔들 개연성이 클 수 있다. 공산당 정권은 “아프간 사태를 발생시킨 미국이 당사자로서 철군을 하면 그만이라는 책임회피만 하면 곤란하다”라고 당장 비판하고 나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탈레반이 장악하고 아프간이 혼란에 빠지면 신장위구르 지역의 안전도 흔들릴 것이 분명해지기에 아프간 힘의 공백기에 제국의 무덤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지혜로운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무력개입은 내정간섭이기에 제 세력 간 정치적 타협을 이끄는데 우선 진력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군이 물러갈 것이다. 힘의 공백기에 이슬람 근본주의 탈레반 국가가 중국 내 이슬람지역 자치와 독립요구가 있을 신장위구르족과 내통해 변경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외교적 대과제를 공산당 정권에 누적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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