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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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관한 뉴스가 외신 전면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어 그렇게 관심을 받지 않았던 아프가니스탄 내의 반군 세력일 뿐이었다. 일개의 정부에 반하던 세력집단이 정권을 전복시켰다. 한때 테러집단의 전신이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을 장악하고 통치를 시작한다. 세계가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의 여당 대표도 언급하기에 이른다. 일부 정치인이 “한국도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아프간 꼴이 될 수 있다”는 되지도 않을 상식 이하의 발언들을 하니 무지몽매의 끝은 어딘가.

미국은 천조의 국방비를 쓰는 국가다. ‘천조국’ 세계 최고의 군사 대국의 명성에 맞지 않게 혼비백산하고 철수를 탈레반에 의해 강요받았다. 20년간 투자한 103조원을 버리고 아프간을 떠나고 만다. 미국 내의 비판은 전 대통령 트럼프를 비롯해 제2의 베트남 패퇴와 다름없다는 언론의 집중적 보도에까지 이르게 된다. 바이든 정부의 지지도는 46%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기자회견을 자청한 대통령은 “한국, 일본, 대만, 유럽에서 미군 철수가 있을 수 없다”며 아프간과 상황이 다르다며 자국 여론 달래기에 골몰 중이다.

중국은 국경선을 접한 국가에서 미군이 떠나 좋았다. 한편으로는 긴장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벌써 아프간이 탈레반에 의해 장악될 것을 예상한다. 제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 일행을 베이징에 가까운 텐진에 초청했다. 중국의 속내는 명확하다. 정권이 이슬람의 변이된 율법주의자들에게 넘어가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된다면, 국경의 안정 보장은커녕 중국의 국가 핵심이익이 침해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프간과 와한회랑(Wakhan Corridor)이라고 불리는 400㎞의 동서 협곡 경계국이다. 중국이 공포주의자라고 부르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이슬람 수니파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독립운동(ETIM) 단체가 있다. 탈레반도 이슬람 수니파이다. 200여 차례 공포를 일으킨 테러가 자행됐다. 중국에서 보면 테러이지만 위구르족 수니파 그들의 시각에서는 독립을 위한 약자의 불가피한 최대한의 전투적 대항인 것이다. ETIM의 탈레반과의 연계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자랑하는 핵무기를 만든 곳도 위구르 자치구 내 바로 이들의 광범위한 활동 지역에 있다. 현재에도 120개의 핵무기 격납고가 있고 향후에도 200곳을 더 건설할 지역이다. 신정부 세력인 탈레반과의 협력적 관계는 중국의 국가이익에 100% 부합한다. 서방의 모든 공관원은 떠났다. 중국 대사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탈레반 집권을 용인한 것은 반도체 등 첨단 IT에 필요한 3000조에 이르는 아프간의 희토류 매장량도 한몫했다. 중국은 생산도 많이 하지만 희토류 수요도 만만치 않아 80%를 수입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이익에 부합한다. 아프간이 비록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려도 일대일로라는 신식민지 건설 프로젝트를 연출, 진출할 야망을 숨길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중국의 목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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