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출처: 연합뉴스)
알뜰폰. (출처: 연합뉴스)

약정 없어 자유로운 알뜰폰

실적·수익 등 여러 이유로

통신사로부터 공략 대상 돼

“제재 기관의 검토 필요해”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알뜰폰(MVNO)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사(MNO)의 ‘불법 마케팅’이 자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제재 기관이 시장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이 1000만 가입자 달성을 목전에 둔 가운데 이동통신사가 판매점을 통해 알뜰폰 가입자를 MNO로 끌어오기 위해 ‘공짜폰’ ‘불법지원금’ 등을 일부 유통망을 통해 풀고 있다. 다른 경쟁사의 가입자를 빼앗기 보다는 가입자들을 일정 기간 묶어두는 ‘락인’ 효과가 부족한 알뜰폰 시장을 공략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타깃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알뜰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이통사의 영업은 매년 꾸준히 시행됐다. 한 알뜰폰 관계자는 “타깃마케팅 문제는 몇 년간 주기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매번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제재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압박을 가해 잠재우는 식으로 완화돼 왔다. 그런데 최근 다시 적발되기 시작했다.

왜 알뜰폰 가입자를 눈독 들이는 것일까. 단순한 질문이고 답은 간단명료하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우선 통신사 입장에서는 알뜰폰에 가입자를 빼앗기면 해당 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로 고객이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상품을 반값 수준 언저리에 팔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알뜰폰으로 가입자가 많이 넘어갈수록 전체적인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를 막기 위해 알뜰폰에 넘어간 고객을 돌아보는 것이다.

유통망의 사정도 있다. MVNO에서 MNO로 가입자가 이동하면 ‘번호 이동’으로 집계돼 마케팅에 성공한 건수로 잡힌다. 실적이 굉장히 중요한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의 입장에서는 알뜰폰 가입자는 무약정 요금제를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은품이나 지원금 등으로 구슬려 번호 이동을 유도하기 좋은 타깃일 수밖에 없다. 판매점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를 통신사로 이동하게 하면 번호 이동 건수로 집계돼 10만~20만원 정도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수십 개의 판매점을 두고 있는 큰 대리점에서는 본사의 지침과는 별도로 알뜰폰 가입자 대상 마케팅 정책을 펴기도 한다.

한 마디로 본사 사업(마케팅) 담당부터 시작해서 각가지 유통망의 실적과 관련된 관계자들은 알뜰폰 가입자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제시했을 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든 유통망이든 불법 마케팅을 펼치더라도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알뜰폰 관계자는 “(불법행위도, 그로 인한 피해도) 파악이 힘들다. 알뜰폰의 주된 유통망은 온라인이고 (통신사들이) 오프라인에서 전화 등으로 영업한다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 경쟁사가 많아 피해를 집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사는 그런 정책을 편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치하는 그런 정책이 없다. 이미 시장이 안정화한 상황인데 분탕질하거나 혼란스럽게 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제재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통신사들이) 타깃마케팅을 하는 게 나타나고 있다”며 “판매점의 정책은 통신사가 편다. 몇 건당 몇 만원씩 보조금을 준다. 판매점이 자체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또 “(통신사) 본사 일부 마케팅 담당 쪽에서 한 번씩 자기의 실적 올리려고 정책을 펴서 본사 내에서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의 관심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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