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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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을 움직이는 힘’ <배려>라는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너와 내가 경쟁하며 사는 삶보다 함께 배려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의 길이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먼저 베풀며 나누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요즘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할 정도로 서로를 경쟁자나 적으로 먼저 치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배려가 없는 각박한 사회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학창시절부터 경쟁에 내몰리며 커온 탓이 크다.

<배려>에 나온 일화를 소개한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일화는 배려는 나에게 베푸는 게 아닌 타인에게 베푸는 고귀한 행위로, 앞을 못 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게 진정한 배려라는 걸 알려준다.

필자는 요즘 중고물품 판매앱인 당근마켓을 애용한다. 같은 동네 사는 이웃끼리 무료 나눔을 하거나 헐값에 중고물품을 쉽게 사고팔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이걸 누가 쓰겠어?’라고 생각하는 물건도 버리기 전에 당근마켓에 올리면 바로 연락이 온다. ‘버리면 쓰레기 나누면 자원’이란 생각으로 당근마켓에 올리는 게 습관이 됐다. 얼마 전 당근마켓에 13년 사용한 냉장고와 10년 된 소파를 각 5만원에, TV 장식장은 무료 나눔 한다고 올렸다. 한 이웃이 소파와 TV 장식장을 갖고 가면서 물건이 너무 좋다고 5만원을 더 주고 간다. 자기 집에 배치된 사진까지 보내며 ‘너무 좋은 물건을 싸게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니 나눔과 배려의 기쁨을 맛본다.

냉장고를 사겠다는 사람은 선입금한 후 다음날 배송 기사를 보내왔다. 배송 기사에게 “이 냉장고 배송료가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대형 냉장고라 문을 분해해 이동한 후 재조립해서 설치해야 해 10만원을 받습니다”라고 한다. 구형 냉장고를 5만원에 사서 써야 하는 어려운 이웃이 배송비 10만원을 낸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아 “아저씨, 선입금한 5만원 돌려 드릴 테니 배송비는 5만원만 받으세요”라고 했다. 그 후 냉장고 구매자가 ‘잘 쓰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에 깜짝 놀라네요. 냉장고 볼 때마다 생각날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란 쪽지를 보내왔다. 작은 마음을 나눠 주고 큰 감사를 받으니 내가 더 행복하다.

배송 기사에게 5만원을 돌려주는 모습을 지켜본 우리 집 중문 공사를 하던 사장님이 자신이 받아야 할 공사대금에서 5만원을 바로 할인해 준다. 내가 손해 보는 듯해도 타인을 배려하면 그 손해가 나중에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 게 세상의 이치란 걸 새삼 느낀다. 배려는 이처럼 퍼져나가는 위대한 힘이 있다. 배려는 욕심만 조금 내려놓으면 실천하기도 쉽다.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지탱하는 이유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음지에서 이웃을 돕고 배려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배려하지 않고 혼자 앞서간 승리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초등학교 달리기 대회에서 꼴등 하는 친구를 어깨동무해서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던 아이들이 진정한 승리자다. 배려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고귀한 가치다. 동물의 왕국에서는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만 존재하지 그 어떤 배려도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힘보다 배려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인간만이 베풀 수 있는 배려를 하지 않고 살고 있다면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매일 한집에서 얼굴 맞대고 사는 식구, 부부끼리 배려는 더 중요하다. 타인에게는 한없이 호인이면서 집에서는 정반대인 사람의 배려는 연기지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내 가족, 아내, 남편에게 더 배려해야 타인에게 베푸는 배려도 진심이 된다. 우리는 배려는 받고 싶어 하면서 자신은 배려하려 하지 않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배려를 받고 싶으면 나부터 배려를 실천해야 배려를 받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배려가 모여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우리 후손이 더 아름다운 사회에서 살게 된다. 사람들은 큰일에는 감동보다는 놀라지만, 의외로 작고 사소한 것에서 감동한다. 그 안에 커다란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1일 1배려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배려하는 삶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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