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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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녀들이 외고에 다닌 것에 대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서울 시민이 저를 선택할 때 부여한 소명”이라며 “그 소명을 수행하는 점에 있어서 개인적 차원의 부족에도 널리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자사고 취소 소송에서 전패해 사과하는 시늉만 하며 또 항소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그 어떤 공직자보다 교육감은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리다. 교육감의 일거수일투족을 학생들도 뉴스로 바로 접하는 시대에, ‘내로남불’에 앞장서며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정치 교육감의 모습은 교육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양반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라는 궤변으로 자신의 자녀 두 명이 외고를 졸업한 걸 합리화하는 건 코메디다. 우리 가족은 양반이고 양반제도로 충분히 혜택을 봐서 더는 양반제도로 출세하는 길을 없애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동안 숱하게 역대급 희한한 말을 쏟아냈는데 한 가지를 더 추가한 셈이다.

자기 자녀는 외고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 명문대까지 졸업시켜 놓고 “자녀가 외고에 진학하겠다는 의지를 말릴 수 없어 진학은 시켰지만 외고 폐지 정책은 옳은 방향이다”라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한다. 자사고에 들이대는 엄정한 잣대를 자신과 가족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게 적용해야 가능한 태도다. 자사고,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다는 국민들 자녀의 의지는 무시해도 되는 모양이다. 자사고 폐지는 더는 국민들의 자녀가 자사고, 특목고를 통한 신분 상승을 막겠다는 전형적인 놀부 심보로만 보인다.

자사고가 고교체제 서열화로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이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교서열의 양극화는 교육청의 무능한 행정과 진보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와 편향된 교육정책, 교사들의 노력 부족이 원인이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자사고나 특목고, 외고를 보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반고의 수준을 끌어올리면 된다. 그런 정책을 못 만드니 상위권 학교의 인재를 일반고에 분배해 하향평준화를 만들려는 하수를 쓰려 한다.

고교학점제도 학교에서 제대로 준비조차 힘든 현실을 무시하고, 도입만 하면 학생이 다양한 교육과정의 혜택을 누릴 거라고 한다. 학교 현장의 문제나 교사들의 우려에는 귀를 막고 있는 모양이다. 미래형 교육으로 도입한다는 중학교 1교사, 1학생, 1스마트기기 지원 정책 일명 ‘서울형 BYOD(Bring Your Own Device) 가방 쏙!’ 사업은 명칭부터 졸속으로 느껴진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학교에 도입한 세금 퍼주기에 불과하다. 학교 현장의 세금 낭비를 보면 교육세 저항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자사고 소송 패소, 자녀 외고 졸업, 혁신학교 도입 반대 학부모 시위, 전교조 교사 특채 공수처 수사 등 지금까지 이토록 많은 논란에 휩싸인 교육감은 많지 않다. 이 정도면 자사고 폐지 정책 폐기, 혁신학교 축소를 발표하고 일반고 살리기에 올인하거나, 전교조 교사 특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맞음에도 3선 도전을 꿈꾼다니 교육철학은 없고 정치만 있다.

교육감은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학부모를 대상으로만 투표해야 정확한 교육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알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 후보의 난립으로 39%의 득표율로 교육감에 재선된 걸 서울 시민이 교육정책을 대폭 지지한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 자녀 교육과 무관한 서울 시민이 정치적으로 준 표를 많이 얻었을지언정 학부모들은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전교조 교사 특채, 샘 호칭 도입 등 정책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 교육감의 진짜 목표는 자사고 폐지 후 모든 학교를 전교조가 주도하는 혁신학교로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내 자녀는 외고를 졸업해 이미 용이 됐으니 국민들의 자녀는 혁신학교에 다녀 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할 거라고 주장한다. 혁신학교에 다니는 전교조 교사의 자녀 비율을 조사해 공개하면 그들의 위선과 민낯이 드러난다. 시민들도 이젠 교육감이 가진 교육철학을 철저히 검증하고 선택해야 한다. 더는 우리 교육이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정치적인 교육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골라야 한다. 교육은 나라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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