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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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 MZ세대라고 한다. 출세를 위한 필수 수단이란 기성세대의 대학에 대한 인식이 이들 세대에서는 ‘대학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학 다니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돈을 공무원 시험, 컴퓨터와 코딩, 카메라 촬영, 노래, 연기, 기술 쪽으로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밥벌이에 성공한 극히 일부 사례를 들어 ‘대학 무용론’을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 고교 졸업자 80%가 대학을 가는 현실에서 다양한 요소를 비교해 신중히 결정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40여년 전에도 능력으로 학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든 구조였다. 대학을 갈 형편이 되지 않았던 필자의 형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9급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5년 만에 “공무원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평생 말단”이라며 사표를 내고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공무원 사회마저 이러니 학문에 뜻과 의지만 있다면 대학에 진학해 스펙을 쌓는 게 바람직하다.

우수한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한다. 아는 제자는 S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는 바쁜 와중에 로스쿨 시험에 응시해 합격하고, 외국어, 컴퓨터 등 다양한 자격증에 도전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자와 다른 차원의 노력과 공부를 한다. 노력이 다르니 그 격차는 10년, 20년 해를 거듭할수록 더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고용주로서 간단한 일이라도 시켜보면 고교 졸업자와 대학생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대학물을 조금이라도 먹었던 학생이라면 최소한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우수한 대학을 다니는 건 성실한 학창 생활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 공부가 하기 싫어 진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책임감과 성실성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이 편견을 깨기 쉽지 않다.

대학이 가진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성년자인 중고등학교와 성년이 모인 대학의 생활은 완전히 다르다. 대학에서 인간관계와 처세는 사회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 대학에서의 성공적인 학창 생활이 성공적인 사회생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회사에 취직 후에는 능력이 다르니 성과도 큰 차이가 난다. 위로 올라갈수록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사고력, 창의력, 인간관계 등이 큰 역할을 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여학생이 도배기술자로 변신한 뉴스를 봤다. 일류대를 나와도 길이 보이지 않으니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한 멋진 인생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학생처럼 도배사 같은 진로를 선택할 거라면 과감히 대학을 포기하면 4년간 학비와 시간이 절약된다. 대학 4년을 다니며 쓰는 학비, 생활비를 합치면 1억 가까운 돈이 든다. 4년간 벌 수 있는 돈까지 합치면 무늬만 대학 졸업장과 바꿀 금액은 아니다.

부모의 강요나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하며 허송세월하지 말고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게 현명하다. 공부에 소질이 있고 능력이 있으면 대학 진학에 투자하는 게 낫지만, 대학 졸업장만 따기 위해 무늬만 대학을 다니는 건 엄청난 낭비다. 투자 대 효과 면에서 비효율이다.

특성화고등학교가 기술자를 양성하는 학교가 아닌 대학을 수월하게 진학하는 통로가 되어버린 대입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경쟁력 없는 무늬만 대학을 줄여 불필요한 대학 진학을 막는 게 필요하다. 독일처럼 특성화고만 졸업해도 떳떳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면 고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을 가는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지 않는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고 말로만 하는 사회가 아닌 고교 졸업자를 낙오자로 인식하는 시선부터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진학이 옳으냐, 아니냐는 앞으로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평생 살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가난해도 의지만 있으면 다 대학가는 시대에 안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 미필자가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주눅 들듯이 대학을 가지 않는 건 모험이다. 중위권 대학 이상을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대학에 진학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을 나오면 할 수 있는 일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진다. ‘대학 무용론’을 주장하려면 대학 졸업장을 뛰어넘을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거나 실용적인 기술자가 되면 된다. 고등학교 인맥은 우정이라면 우수한 대학 인맥은 평생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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