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던 중 안경을 만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던 중 안경을 만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이규원·차규근 사건 재판부

“공소제기 위법 근거 못 찾아”

유보부 이첩 주장 벽에 부딪혀

공수처, 당분간 이첩 신중할 듯

재판부 확정 결론 아닌 점 기대

문홍성 입건 수사도 걸림돌

한 사건 두 곳 수사 논란될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적법하다는 전제로 본안 심리에 들어가면서 이 사건을 두고 ‘유보부 이첩’을 요구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머쓱해졌다. 공수처가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지 관심을 모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 검사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차 본부장 사건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검토한 바에 따르면 검찰의 이사건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해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며 “검사의 공소 제기는 적법하다는 전제로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3월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공수처는 사건을 다시 재이첩하면서 검찰이 수사만 하고 기소는 다시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는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추가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추가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러나 검찰은 공수처의 요구를 묵살하고 이 검사와 차 본부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이후 이 검사는 검찰의 기소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도 이 청구를 각하했다.

당시 헌재는 “검사의 공소제기처분은 법원의 재판절차에 흡수돼 그 적법성에 대해 충분한 사법적 심사를 받게 되므로 그 독자적 합헌성을 심사할 필요성이 상실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검사 사건 재판부는 “재판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헌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헌재와 법원이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되면서 공수처가 난감하게 됐다. 법원의 결정이 있기 전에도 기소를 강행한 만큼 검찰은 앞으로 법원 판단을 근거로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요구를 전부 거절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함부로 사건을 이첩하긴 힘들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공수처 인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마냥 사건을 붙들고 있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이첩할 사건과 직접 수사할 사건을 가를 공수처의 고민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현재 수사에 나서려 했던 사건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달 초 공수처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관련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자동 입건’했다.

[수원=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3월5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03.05.
[수원=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3월5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03.05.

이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따른 것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월 문 부장 부분 사건을 이 검사 사건과 함께 검찰에 이첩했는데, 검찰이 이 검사를 기소하면서도 문 부장 사건을 방치하자 공수처가 또다시 이첩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재재이첩’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고, 이대로 양측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한 사건을 두 기관이 동시에 수사하는 상황이 된다. 현재의 상황은 피의자의 방어권에도 큰 문제가 되는 만큼 두 기관이 모두 수사를 강행할 경우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나마 공수처의 희망은 이 검사 사건 재판부가 완전히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고기일에 즈음해 다시 한번 공소기각 등 여부를 결정할 확률을 열어뒀다. 설령 공소기각 대신 본안 판단을 내리더라도 항소심과 상고심 등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수처도 “공수처는 이 검사 공판 관련 사법부의 판단을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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