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미소에 숨겨진 예리한 통찰력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컨설턴트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프리랜서’ ‘이사님’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등 그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그만큼 하는 일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를 만나기 쉽지 않았다. 이미 한 달 스케줄이 꽉 차있었기 때문이다. 바쁘지만 자유롭다. 그의 표정에서 나온다. 마치 모 페스트푸드점의 할아버지 캐릭터처럼 푸근한 모습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나윤석 칼럼니스트 겸 컨설턴트’다.

자동차 관련 취재 현장에는 언제나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있다. 그는 명함도 필요 없다. 얼굴이 명함이다. 업체 홍보팀이든 기자든 그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 나윤석 칼럼니스트&컨설턴트 ⓒ천지일보(뉴스천지)

◆프리랜서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누구인가.

요즘은 자동차칼럼니스트 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칼럼니스트는 기고와 매체를 통해서 발표하는 사람인데 온라인, 신문 등을 통해 자동차 시장과 문화를 위해서 이야기한다.

컨설팅은 완성차 업체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관심이 가는 곳은 실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이다. 경험이 없어서 해외 판로 개척을 못하는 경우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해외업체를 선택하고 그곳에 공급자로 선정되려면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등을 도와준다.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것은 폭스바겐, 페라리 등 수입차 업체에서 30년정도 일했다. 당시 수입차는 내비게이션이 국산화가 안 됐다. 내비게이션 개발을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했을 지도 모른다. 실력만 보고 중소기업을 폭스바겐그룹의 공식 납품업체가 되도록 도왔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도 좋은 부품, 시스템 납품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를 향한 날카로운 칼럼을 봤다. 국내 자동차기업들에게 한 말씀 바란다.

회사들마다 역할은 나뉜다고 생각한다. 현대·기아차는 우리나라 메이저 브랜드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가 문제다. 현대차가 빠른 시일 내에 세계 판매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 성장 뒤에는 성장통이 있다.

2012년에 한 언론에 기고를 했을 때 ‘현대차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썼다. 당시 현대차는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 정도 규모가 됐다면 이제는 외국에서 현대차를 볼 때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질 거다. 달리는 기대 수준도 높아진다. 이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현대차가 옛날에 비해서 훨씬 섬세한 기준들인 조향 감각, 승차감, 얼마나 잘 서고 잘 돌고 잘 멈추느냐와 같은 기본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에어백 미작동 문제, 물새는 문제, 핸들 안 돌아가는 문제. 이런 것은 기본기다. 이런 것을 잘해야 진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된다. 그래야 토요타, 폭스바겐, 벤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는 역할이 다르다. 오너십이 우리나라가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 무역의 좋은 채널이 될 수 있고, 국내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 역할은 다르지만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 둘 다 중요하고 각기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컨설턴트 ⓒ천지일보(뉴스천지)

◆국내 수입차 25만대 시대다. 하지만 차량 화재, 배출가스 조작 등 어두운 면도 있다. 수입차 업체에도 한 말씀.

수입차처럼 고급 내구성 소비재는 최상급 시장부터 열려서 점점 대중화의 길로 내려오는 것이 성장 트렌드다. 국내에 수입차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벤츠, BMW, 볼보 등이 있었다. 그랬던 시장이 현재 국내에서 25만대 시대를 열었다.

소수층의 기호품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 자동차 시장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수입차 시장은 전통과 명성이 있다. 어떻게 좋은 차를 만들게 됐는지 그 철학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와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는 프리미엄 수입차에 대해 품질이 좋을 거야 뭔가 다를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동이 꺼졌단다. 불이 났다. 배출가스 오염물이 기준치 이상인데 더구나 속인 것이더라 한다면 사람들은 무관심 수준이 아니라 증오로 바뀐다.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 모를까 알았던 것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다. 최근 BMW코리아 대표이사가 차량 화재 건에 대해 사과를 한 것과 같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브랜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세계에서 5대 손가락 안에 드는 시장이다. 폭스바겐 입장에서도 전체 판매 대수에 비해서 얼마 안 되지만, 우리나라 시장이 까다롭고 품질에 민감하고 첨단기술에 밝은 것이 특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대단히 중요한 테스트마켓이기도 하다. 질과 양에서 중요한 시장이다. 그래서 이제는 소비자들도 떳떳하게, 하지만 좀 더 프로답게 요구사항과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모터사이클쇼를 취재하셨던 걸로 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봤나. 또 르노삼성이 소형차 트위지를 국내 법규 때문에 못 들여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모터사이클은 좋아하는 분이 많이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20년 정도 떨어진 수준이다.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미비점이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 모터사이클 타는 사람은 생활의 역군들이다. 배달 또는 퀵서비스 분들처럼. 또 하나는 레저용으로 타거나 짜릿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타는 것이다. 근데 모든 시장은 중앙이 없으면 금방 무너진다.

옛날 시골에서 아버지가 작은 오토바이로 동네에 다니시고 했었다. 근데 어느 순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됐다. 시장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다. 모터사이클 시장은 지난 10년간 3분의 1로 줄었다. 근데 수입 모터사이클은 급격히 늘었다. 이는 국내 모터사이클 업체는 더 줄었다는 것이다. 사양 산업이 됐다. 이 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나. 이것이 가장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좋은 기계공업의 인프라를 가졌다. 기술이나 실력이 아닌 다른 부분이 문제가 돼서 못 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

최근 모터사이클쇼 취재를 갔을 때는 각 업체들의 기조연설을 유심히 들었다. 일반적인 사람이 탈 수 있는 시장이 중요하다. 시장의 중간 부분이 커져야 한다.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타보니 낫더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돼야 한다.

르노 소형차 트위지(모터사이클과 승용차의 중간급 차량)가 아직 정부 규제로 인해 못 들어오고 있는데, 대도시 사회에서 인구 과밀도가 큰 곳에서 유용한 차량이다. 공간도 덜 차지하고 비용도 덜 드는 초소형 차량이다.

유럽에서는 3륜 스쿠터가 여러 종류가 있다. 유럽에서는 면허법에서 보조를 받고 있다. 앞바퀴 간격이 45cm 이상이고 정지했을 때 발을 안 딛어도 똑바로 설 수 있다면 배기량 450㏄, 800㏄에도 자동차면허로 운전할 수 있게 해준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분류 자체가 적용이 안 돼 있어서 공중에 붕 떠 있고, 자동차 면허를 가지고 타면 바로 무면허가 된다.

하지만 도로 활용률을 올리기 때문에 자동차와 스쿠터의 중간 차량도 수용이 될 것이다. 얼마 전 통계를 보니 수도권 도로상의 80~90% 차량이 1인 승차차량이다. 그 자리에 스쿠터를 세우면 8~10대를 세운다. 스쿠터보다 좀 더 크고 안전한 퍼스널모바일디바이스로 바꾼다면 도로활용률이 높아질 것이다.

▲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모터사이클쇼 취재 현장에서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활동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기업들의 압박,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재정적인 부분 등 어려움은 없었나.

수익은 퇴직 전의 회사에서 임원이었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적다. 하지만 자유는 늘었다. 계량 가능한 재화와 계량 불가능한 재화의 주관적인 균형을 재보면 큰 손해는 없다고 본다. 허허.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다.

비판적인 것에 대한 반응은 압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불만이나 반론을 받게 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당사자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생각한 것이 산업이나 회사나 문화적인 변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첫 발자국이다.

두 번째는 ‘좋다좋다’라고 해서 그쪽에서 좋아하진 않는다. ‘실제로는 어떻다’라는 신뢰도 부분을 마음은 서운해도 머리는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팩트(Fact)가 발전하고 개선되면 서운함 자체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운할지라도 옳다고 인정이 된다면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당연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끝나면 허무할 때가 많다. 자동차 말고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열정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내 인생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해요? 잘 하는 것을 해야 해요? 라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것을 잘 하는 방향으로 해라’라고 말한다. 이것은 어렵고 힘들 때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잘 하는 것은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를 고용한 기업이나 사회에서는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엮이면 그것이 지속가능성이 된다. 자동차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세일즈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비전과 소망은. 또 가족들에게도 한 말씀.

소망은 간절한 게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도 저와 비슷하게 프리랜서와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분들이 있다. ‘프리랜서는 벌이가 있나’라는 걱정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봤을 땐 불안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운 사회다.

글쓰기는 산고를 겪어가면서 내놓은 것인데, 이 소중함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제도권 매체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생각들을 내놓는다. 이것이 진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며, 아이디어들을 많이 제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싱킹 아웃 오브 더 박스(Thinking out of the box)’라고 한다. 상자를 벗어나서 좀 더 건설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가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소망은 크지 않다.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고. ‘나윤석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냐’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그 사람 좋은 사람이었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가족들에게 할 말은. 프리랜서로 하면서 수익은 줄고, 외부로 나가는 일은 더 많다. 이전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못 가져다줘서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 아침에도 피곤하고 힘들어하니까 부인이 좀 더 늦게 나가면 안 되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웠다. 딸이 21살, 19살인데 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하려고 한다. 작은 딸은 감정적인 에너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감정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니까. 알파고가 못하는 그런 것 말이다. 딸들 잘 컸으니 자기들 뜻을 잘 펼쳤으면 좋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