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목 금융감독원 국장조사역이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통해 금융사기 근절을 위해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보이스피싱 범죄 척결 일조
서민금융 지원 기틀 마련
금융사고 처리 ‘해결사’ 호칭


정부, 국민훈장 목련장 수여
“농민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
금융사기 ‘홍보’가 예방수단”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조성목 금융감독원 국장조사역(54, 전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우리나라 대형 금융사고 때마다 투입된 ‘해결사’ 또는 ‘대책반장’으로 불린다. 여기에 지난 2001년 4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리사채피해 신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각종 서민금융제도의 기틀을 마련한 서민 금융업계의 증인으로 분류된다.

그런 조 국장조사역이 지난 2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공직복무관리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그는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게 과분한 상을 받아 감사하면서도 쑥스럽다”며 “사회적 약자인 서민의 경우 억울하게 당해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을 위한 진정성 있는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국장조사역은 금융사기 근절을 위해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알면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력한 처벌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민금융 지원에 앞장서는 것에 대해선 “척박한 농민의 자식으로서 같은 처지에 있는 서민을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 국장조사역과의 일문일답.

- 최근 어떻게 지내나.

선임국장 자리를 후배에게 인계하고, 금융교육국 소속으로 금융사기피해 예방을 위한 금융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저는 지난 2001년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고리사채업자 단속에 앞장섰다. 이와 함께 대부업법 제정, 휴면예금을 활용한 미소금융제도 제안, 한국이지론 설립, 희망홀씨·햇살론 등 각종 서민금융상품 제안 등의 활동을 벌였다. 2011년 5월 저축은행사태 발생 당시 검사국장으로 투입돼 미래 저축은행과 솔로몬 저축은행 등 29개사를 구조조정하고 상시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반장 역할을 했다. 2014년 1월 KB국민카드 등 3개 카드사 정보유출사고 당시에는 여신전문검사실장으로 대체 투입돼 3개월 만에 영업 정지시키고 카드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부턴 5대 금융악 척결대책을 총괄하면서 ‘그놈 목소리’를 공개, 연간 2000억원이 넘었던 보이스피싱 피해를 500억원대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 그동안 저승사자 또는 해결사로 불렸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를 처리하는 역할을 했다.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 국장 이하 모든 직원에게 통화 녹취시스템을 설치해 외압을 차단하면서 엄정하게 구조조정을 했다. 이로써 저축은행의 ‘저승사자’ 내지 ‘대책반장’으로 통했다. 2014년 1월엔 카드사 개인정보 1억 500만건이 유출됐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당사자에게 해당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결함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유명인의 개인정보까지 ‘퍼나르기’ 식으로 유통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당시 저축은행검사국장을 맡고 있던 제가 여신전문검사실장으로 투입돼 이를 해결하면서 ‘해결사’ 호칭도 얻은 것이다.

- 지난해 ‘그놈 목소리’를 공개한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가 (보이스피싱) 대책을 내놓아도 두 달을 버티기 힘든 상황이 지속됐다. 주야로 고민하던 차에 새벽 산책길에서 유튜브에 흘러나오는 동영상을 접했다. 한 모녀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를 받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조금 전에는 김 검사란 사람한테 전화를 받았다’라고 얘기하는 내용이었다. 그 동영상에 착안해 범죄인의 목소리 공개를 추진했고, 생각보다 국민의 반응이 커 홍보효과를 보게 돼 범죄 예방이 됐다.

- 글로벌 보이스피싱의 현황과 금융사기의 심각성은 무엇인가.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 피해의 기본은 사기이다 보니 금융당국보단 공안 등 수사당국 위주로 사후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금융사기는 불특성 다수를 상대로 한다는 점과 독버섯처럼 진화하면서 자라난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기를 당하면 개인은 물론 그 가족 전체가 힘들고, 심한 경우 정신적 폐해로 인해 자살까지 동반한다.

- 오랜 기간 왜 험하고 궂은 일만 하는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서 수명이 길지 않느냐. 조직의 일원으로서 조직에서 필요로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척박한 농민의 자식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서민을 도와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다.

- 금융사기 근절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난 1년간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경험을 통해 보면, 홍보가 가장 중요한 예방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알면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특히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스갯소리로 ‘구속되면 몸 만드는 기분으로 들어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이 되면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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