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대학로 소극장을 대표해온 학전이 내년 초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등 많은 스타들이 공연하고 후배 배우들이 거쳐간 대학로 대표 소극장은 폐관 위기에 처해지며, 연극인들은 공연 운영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은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는 연극 배우들에게 도전이며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준 곳이다.

배우 신구 역시 관객들과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극을 계속하겠다며 연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극은 시대의 백신이어야 한다. 배우들은 무대를 통해 현실을 날카롭게 보고 가려진 것을 드러내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표현한다. 무대에서는 현실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감춰진 정신을 드러냄으로써 현실을 치유하는 힘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연극 덕분에 우리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들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OTT와 영화에 밀린 대학로 연극은 외면받고 있다. 배우들이 살아 숨 쉬고 세상 속 인간들의 답답함과 무기력함, 희망을 느낌의 언어와 정서를 통해 전달하는 연극은 점차 관객을 잃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극단 학전, 한얼소극장 등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의 폐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 색다른 예술적 실험을 하기 힘들고 로맨틱 코미디나 상업뮤지컬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대학로 연극인들은 창작 작품에 대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OTT와 영화에 집중하는 관객들도 대학로 연극에 좀처럼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대학로 연극을 상영할 공간도 줄어든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더군다나 비싼 대학로 건물 임대료에 허덕이던 일부 연극인들은 하나둘씩 대학로를 떠나 새 터를 잡거나 근교로 나가 공연예술 실험을 진행 중이다.

OTT와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대사나 참여를 유도하는 생생한 에너지는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을 더욱 웃게 만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위기에 빠진 대학로 연극과 소극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연출과 캐릭터 발굴로 새로운 연극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야 한다. 작은 연극들의 공연 기회를 확대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친 연극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실험적 연극, 무용, 행위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도 절실하다.

수년간 진행 중인 ‘웰컴대학로’는 좋은 예다.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공연관광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외 관객과 관광객을 유치하고 외면받던 대학로의 우수한 공연을 알리고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대학로를 거쳐 영화나 OTT로 넘어간 배우나 제작 관계자들도 다시 대학로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들은 대학로 소극장을 통해 관객과 ‘찐’ 소통을 했고 큰 자양분을 쌓아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대학로 소극장은 국내 연극, 뮤지컬 창작의 산실이며, 관객과 바로 앞에 마주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의 메카다. 현재 관객들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제작되는 다양한 콘텐츠에 직면하며 단순해 보이는 대학로 연극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지만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대학로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화예술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소비패턴을 고려한 플랫폼 다양화 등 진취적인 사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로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관객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는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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