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3년 4개월 만에 돌아온 KBS2 ‘개그콘서트(개콘)’가 전국 시청률 4.7%를 기록하며 부활했다.

개콘은 지난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 무려 20년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지만 개그 코드 부재, 유튜브, OTT 콘텐츠에 밀리며 지난 2020년 막을 내렸었다.

그러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개그맨들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공개 스탠딩 코미디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과거 개콘은 일요일 밤을 책임지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일요일 오후 나들이에도 저녁에 개콘을 보기 위해 빨리 귀가하는 팬도 많았다.

30년 넘게 국민에게 웃음을 제공했던 스탠딩 코미디의 부활에 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버라이어티, 유튜브, OTT 콘텐츠들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부활한 개콘의 설 자리가 얼마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주말 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 하나가 없었던 허전한 공간에 개콘은 정든 ‘웃음 코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같이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코미디에 도전하는 신인들이 대거 투입되며 창조적 아이디어와 패기로 똘똘 뭉친 개그맨들이 무대에서 당찬 개그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TV를 켜면 버라이어티 천국이라고 느낄 정도다. 낚시 예능, 연예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이야기, 연예인 패키지여행, 먹방 버라이어티 등 소재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예능들을 보고 나면 무언가 허전하고 남는 추억도 없다.

개콘이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플랫폼과 콘텐츠에 주목하는 시청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 MZ세대의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개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개그맨들과 신진 방송작가들이 뭉쳐 새로운 개그 콘텐츠를 탐구하고 대중의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

요즘 시청자들은 솔직한 콘텐츠를 좋아한다. 틀에 박힌 짜여진 각본이 아닌 리얼을 추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개그 코너에 채널을 고정한다. 1인 톱 MC, 스포츠맨, 아이돌, 탤런트를 두루 패널로 내세워 진행되는 버라이어티가 마치 유행처럼 번져가며 이젠 식상하다.

이제 예능 방송작가와 피디들은 새로운 캐릭터 투입, 스토리텔링의 방향성,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유쾌한 메시지에 주목하고 더 재능 있고 아직 발견되지 못한 개그맨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시청률만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몇몇 인기스타의 독식 모델이 돼버린 현재의 예능에서 벗어나야 에너지가 넘치는 많은 개그맨들이 기회를 얻고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다.

지금도 개그맨들을 위한 무대는 턱없이 부족하다. 등을 돌렸던 시청자들도 개그맨의 입과 손짓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개그맨들이 제공하는 희극 코너에 담겨있는 개그 철학과 풍자, 사회적 메시지에 눈을 뜨고 여운을 느껴야 한다.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양극화와 기득권·특권의식 앞에 무너진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메시지, 현실 속에서 잘못된 사회를 비판하고 여유와 행복의 유토피아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진지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더욱 풍성한 개그 프로그램들의 도출도 필요하다.

관객들에게 웃음, 재미와 더불어 감동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개그 코드의 다양성 확대와 시청자들이 순수한 개그 예술을 즐길 기회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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