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가수 유승준이 최근 한국 입국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유승준은 지난 2015년 LA 총영사관이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며 첫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유승준은 2002년 입대를 앞두고 출국했다가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병역의무 회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라 그해부터 입국이 금지됐다. 댄스가수의 절정기를 보냈던 그는 한국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자 중국을 중심으로 무대에 서며 그 후에도 한국행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병역을 기피했다는 ‘괘씸죄’로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고 여전히 입국에 대한 찬반양론이 치열하다. 아울러 일단 대법원이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 판단이 그의 입국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은 법무부다. 비자 소송에서 이겼지만 정부가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하고 유승준이 비자를 발급받더라도, 법무부가 입국 금지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유승준이 한국 입국을 희망하는 이유는 돈을 벌겠다는 의지보다 20년 넘게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목표가 있을 것이다.

병역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20대였던 댄스가수는 곧 5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댄스가수로 더 활동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승준은 국가나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람은 아니다. 21년 이상 입국조차 좌절되는 불운을 자초한 것은 그가 맞지만, 최소한 팬들은 직접적으로 왜 그랬는지에 대한 해명을 들어봐야 할 것이다. 댄스가수 유승준이 2000년 이후 태어난 현재의 MZ세대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하고 있을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 활동했던 유승준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장병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유독 유승준이 철없던 시절 저질렀던 병역기피 사건에 대한 그를 향한 시선은 너무 차갑고 독하기까지 하다. 본인은 군대에 가려했지만, 멈출 수 없었던 인기에 매료돼 주변에서 별일 없을 거라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라고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독보적 레전드 댄스가수로 199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미 중년이다. 그리고 벌써 데뷔 26주년을 맞은 중견 가수가 됐다. 비록 한국에서의 활동 경력은 5년이지만, 당시 활동했던 그의 독보적인 원톱 퍼포먼스와 무대에서 발산한 무한한 에너지는 지금 유튜브 영상을 보는 10대, 20대들조차 한국의 레전드 댄스가수로 인정하고 있다.

유승준은 분명 충분히 마음으로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세월의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다시 국내 무대에서 활동한다 해도, 여전히 사회의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하고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다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고 실수를 한다. 그 ‘괘씸죄’ 하나로 유승준을 여전히 외면하기에는 이미 충분한 시간이 흘러갔다. 유승준이 입국한다면 오해와 거짓으로 만들어진 편견은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들은 40대 유승준이 다시 무대에서 뛰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오히려 40대에도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21년간 병역기피자라는 꼬리표는 유승준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상처가 되고 있다. 이제는 마녀사냥을 중단하자. 유승준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 땅을 밟고, 팬들은 유승준의 콘서트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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