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는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얻은 값진 결과는 현실에 지친 국민에게 큰 희망과 열정을 보냈다.

아쉽게도 은메달에 그쳤지만 항상 긍정 미소로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높이뛰기 우상혁,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 금메달을 목에 건 배드민턴 안세영 등 선수들은 메달을 떠나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땀범벅이 된 채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부둥켜안고 용기를 주며 새 희망을 보여줬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는 일본에 역전승하며 아시안게임에서 3연패를 일궈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문동주의 역투를 앞세워 대만을 2-0으로 제압했다. 한국 야구는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뤘다.

배드민턴의 희망을 보여줬던 안세영은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두 번째이자 1994 히로시마 대회 후 29년 만에 큰 성과를 거뒀다. 수영 김우민도 계영 800m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자유형 800m와 4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수영 선수로는 세 번째로 단일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양궁 대표팀의 막내 임시현도 3관왕을 차지하며 37년 만에 양궁의 새 역사를 썼다. 13년 전 장미란처럼 역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혜정은 장미란을 넘어서겠다는 큰 목표를 세우며 연속해서 정상에 오를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배구나 농구, 레슬링 등 일부 종목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이전만큼 ‘헝그리 정신’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 종목에서는 선수들의 투혼을 보기 힘들었고 종목에서 상대편의 허점을 분석하는 것에 실패하고 경기 운영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남자배구는 대회가 개막하기도 전 인도, 파키스탄 등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다 61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안았다. 여자배구도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이자 아시안게임 역대 두 번째 노메달을 기록하면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자 농구 역시 2006년 도하 대회 후 1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고 한국 레슬링도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은 육상을 제외하고 농구, 배구, 레스링, 유도 같은 종목에서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왔지만, 이번 대회에선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미친 듯이 승리를 다짐하고 도전하는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다. 과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선 헝그리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이뤄내겠다는 열정을 가진 선수들이 많아 보였다. 4년 넘게 땀흘리며 준비한 만큼 쉽지 않은 게임을 이겨내 모든 걸 다 바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신이 필요할 때다.

아시안게임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등 타 분야의 교류와협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수반한다. 또한 삶에 힘겨워하는 국민은 최선을 다하고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고 용기를 얻는다.

항저우에 울려 퍼진 애국가, 선수들이 써 내려간 불굴의 정신은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됐으며 큰 감동을 선물했다.

국민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모습에 감동했고 내년에 열릴 파리올림픽을 위해 다시 정진하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은 더 큰 자신감을 얻었으며 다음 대회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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