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용어 사용 금지하고 헌법대로 하자” 사실상 세습 방치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백남선 목사)이 교회세습 불가 방침을 결국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예장합동은 26일 광주 겨자씨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총회에서 교회세습 관련 헌의안에 대해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담임목사가 청원할 때는 헌법대로 집행하자고 결정했다. 지난 제98회 총회에서 “교회세습은 불가하다”고 결의한 데 대한 시행세칙 제정 시도는 무산됐다. 사실상 ‘교회세습 불가’는 논의 한 번 되지 않은 채 기각된 것.

예장합동 헌법에는 ‘세습’이라는 단어가 없다. 따라서 세습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담임목사를 청빙할 수 있는 권한도 일차적으로 개교회에 있다. 또한 당회장직 세습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게다가 이번 총회에선 ‘세습’이란 단어 사용이 금지되고 헌법대로 집행하자고 결의함에 따라 ‘세습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던 지난해 총회 결의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예장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은 지난 24일 세습금지법의 조항을 마련하고 교회세습을 막았다. 반면 예장합동은 ‘교회세습 불가’라는 지난해 결의를 뒤집었다. 예장고신도 “교회세습이 교계와 사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면서도 세습금지법 제정을 부결했다.

예장합동 총회의 가장 큰 이슈는 총신대학교 문제였다. 26일 총신대 재단이사의 임기 및 길자연 총장의 선출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길자연 목사가 총회에서 정한 정년 70세를 넘긴 상태에서 총신대 총장에 출마해 당선된 것에 대해 지난 제98회 총회 결의에서 ‘만 70세 정년 은퇴 이후 총회의 모든 공직을 가질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을 총신대 총장직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총대들은 ‘정년을 초과한 총신대 총장을 선출한 재단이사와 운영이사 전원’에 대해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하기로 했다.

한편 예장통합은 총회 마지막 날인 25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가톨릭 연구 보고서를 받아들였다.

이대위는 가톨릭의 이단성 연구와 관련해 “교리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이단 집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차이점으로는 교회의 전통과 성경의 권위에 대한 교리, 교황 제도, 성례전, 마리아론, 구원론 등이 꼽혔다. 이대위는 가톨릭에 대한 여러 입장이 있지만, 개신교와 가톨릭이 서로 대화하고 이해를 촉진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은 지난 2004년 제89회 총회에서 천주교 영세교인에 대해 세례를 다시 줄 필요 없이 입교만 하면 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 문제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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