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교단서 뭇매 맞는 한기총 전 대표회장들
예장합동 총회, 홍재철·길자연 목사에 징계 처분 결정

노선 다른 WCC 공동선언문에
길 목사·홍 목사 공동서명 논란
“사과성명·총회서 사과해야”

홍 목사, 다락방 이단해제 관련
‘뇌물 받고 이단 해제했다’ 소문
소속 교단 탈퇴, 새 교단 창립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예장합동이 이번 제99회 총회에서 한기총 전 대표회장이었던 홍재철 목사와 길자연 목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자부했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전 대표회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지난 22일부터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총회에서 총대들은 ‘세계교회협의회(WCC)
공동합의문 서명자 및 다락방 이단해제 관련자 조사처리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홍재철 길자연 김만규 유장춘 목사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렸다.

총회는 홍재철 목사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지만 이미 합동 교단을 탈퇴해 홍 목사와는 상관
없는 징계가 됐다. 김만규·유장춘 목사는 홍재철 목사와 함께 다락방의 이단해제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소속 노회에 시벌하도록 지시했다. 노회가 총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총회 총대권을 1년 동안 제한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위원회는 김만규 목사에 대해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예장합동이 제81회 총회에서 류광수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단으로 규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김 목사에 대해 “한기총이 류광수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한 게 정당하다고 말해 교단 총회 결의와 정면 대치되는 주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유장춘 목사에 대해서는 한기총의 이단 해제에 일조했다는 이유로 당회장직을 제외한 모든 공직을 1년 동안 정지하도록 소속 노회에 지시했다. 노회가 이를 불이행하면 1년 간 총대권이 제한된다.

◆ 합동, 한기총 이단해제 강경대응

한기총의 류광수 다락방 이단 해제와 관련해 교계는 그동안 큰 파란을 겪었다. 발단은 주요 교단들이 이단이라고 규정한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 측을 한기총이 지난 2011년 9월 회원교단으로 인정하면서부터다. 다락방은 천사동원설과 배타적인 교회론으로 이단으로 규정돼왔다. 이후 한기총은 지난해 1월 3일 다락방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것은 신학교수들이다. 한일장신대, 호남신대, 합신대, 고신대 등 전국 25개 신학대학 교수 172명과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한국기독교학회 등 6개 신학회는 성명을 내고 한기총에 이단해제 취소 및 사과를 촉구하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한기총은 자신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172명의 교수와 이들이 소속한 25개 신학대 재단, 6개 신학회 등을 대상으로 1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8월 중순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홍 목사는 이단 해제와 관련해 자신이 돈을 받고 이단 해제를 시킨다는 루머에 대해 “류광수 목사에게 20~30억 원을 받았다고 소문낸 사람의 3대까지 저주할 것”이라며 “박윤식 목사한테도 돈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손 10대가 벌 받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은 바 있다. 또 “내 재산이 200억 원이 넘는다”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홍재철 목사는 이단 해제 문제 외에도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연임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회장 연임을 가능토록 한 정관개정을 두고는 소송까지 벌어졌다.

연이은 논란에 한기총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급기야 대표회장직을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에게 넘기고 자신은 사임했다. 홍 목사는 소속 교단이었던 예장합동 교단에서도 탈퇴하고 새 교단을 창립했다.

◆ 증경총회장 길자연 발목엔 ‘족쇄’

위원회는 노선을 함께하지 않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이 선언문에는 길자연 목사와 홍재철 목사가 서명을 했다. 위원회는 길 목사에 대해 “(예장합동 교단이) WCC에 동참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으므로 교단 증경총회장으로서의 처신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단지에 사과성명을 게재하게 하고 제99호 총회 석상에서 공개 사과하도록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길 목사를 비롯한 증경총회장과 부총회장들의 활동 범위를 축소시키는 내용이 담긴 ‘증경총회장(부총회장) 예우규정(안)’도 통과됐다. 규정안에는 ▲만 70세 정년 은퇴 이후 상비부나 특별위원회 임원 및 부원, 위원이 될 수 없음 ▲만 70세 정년 은퇴 후 총회 산하 기관 모든 공직을 가질 수 없음 ▲총회 산하 기관에서 고문 및 지도위원은 가능하나 1인 1부서,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없음 ▲총회가 허락하지 아니한 교단 교류 및 연합행사를 임의로 주관하거나 동참할 수 없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정년을 넘겼음에도 총신대 총장직을 놓지 않고 있는 길 목사에 대한 교단 내 논란이 컸던 점과 지난달 증경총회장단이 WCC와 교류하는 예장통합 측과 공동기도회를 개최한 데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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