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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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마자 권력은 곧바로 탈레반의 손으로 떨어졌다. 미군의 힘으로 유지되던 꼭두각시 정부의 대통령은 이웃국가로 도망쳤다. 탈레반 정권의 복귀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 수많은 사람들이 카불 공항으로 밀려들어 수송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미군의 발포로 여러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항공기에 몸을 실으려는 사람들 가운데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동체에 매달려 있던 세 명의 청년이 항공기가 이륙하자마자 지상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이런 비극이 어디 있나.

아프간 카불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고 미군 수송기에 필사적으로 기어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오래 남을 것이다. 국내 언론 대다수는 베트남의 사이공 함락 때의 데자뷰라면서 이런 비극을 겪지 않으려면 튼튼한 안보 의식을 갖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의 부당성과 대책 없는 철군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고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군대의 부패상을 묘사하는 데 정신이 없다. 왜 이러는 걸까? 미군 철수의 불가피성을 변호하려는 것이다.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민을 미국이 언제까지 지켜 줄 수는 없다면서 아프간의 미군철수는 냉엄한 국제질서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 미국에 대해 비판하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략의 불법성과 무도함을 되돌아봐야 한다. 미국은 911 테러의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하면서 탈레반이 실권을 갖고 있던 아프간 정부에게 빈라덴을 넘기라고 요구한다.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사상과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슬람 세력의 지도자인 빈라덴을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탈레반이 요구를 거절하자 미국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무도한 행동이었다.

미군은 수도 카불을 쉽게 점령했다. 이어 주요 거점을 장악했고 괴뢰정권을 세웠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서구식 제도를 이식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해 옮기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탈레반의 저항은 완강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군에 대한 아프간 민중의 참여와 지지는 늘어만 갔다. 1천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아프간 국민의 지지는 받아내지 못했고 저항세력은 시간이 갈수록 세력이 커졌다. 결국 철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다수 언론이 정부군의 부패 때문에 미군의 철수가 불가피했다는 논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탈레반 세력에게 패배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아프간 민족은 외세를 물리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나라를 침략해 온 영국, 소련, 미국에게 연달아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강인한 민족이다.

미군의 ‘갑작스런 철군’에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미국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주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선택의 기준은 피 주둔국의 국익이 아니라 주둔국 미국 자신의 국익이다. 이번에 미 대통령 바이든도 확인했다.

외국군에 의존하는 국방은 국방이 아니다. 한국군도 미군에 의존하는 구조를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는 것이다. 남의 나라가 우리나라의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것은 ‘비정상 중에 가장 비정상적’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듯 ‘국익’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주한미군 역시 갑자기 떠날 수 있다. 전시작전권도 넘기기 전에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은 전시 작전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될 것이다. 이런 때 전쟁이 터지면 우리는 큰 타격을 받지 않겠는가? 작전권 반환은 한시가 급하다. 미국은 올해 안으로 작전지휘권을 한국군에 반환해라.

작전권 반환에 멈추면 안 된다.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시키고 결국 완전히 내보내는 철군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국방만큼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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