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기존 바이러스 2배 감염력’ 주위 7명까지 전파
변이 바이러스, 실내에어컨 켠 환경서 5일까지 생존 가능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212명으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작년 겨울 3차 대유행의 정점(12월 25일, 124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인 8월에 발생한 2차 대유행이 올해도 판박이처럼 벌어지는 상황이다.
감염병 전문가는 이같이 대유행으로 이어지는 주된 요인을 델타 변이 확산과 더불어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서 누그러지는데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계절을 구분해서 유행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계절·기온 등의 영향을 떠나 밀집도나 환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특히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켠 실내에서는 생존력이 오래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일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름철 대유행으로 이어지는 요인에 대해 “주된 요인은 델타 변이”라며 “델타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 보다 전염력이 2배 빠르다”며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가 주위에 1~2명을 전파시킨다면 델타 변이는 7명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한다”며 “5~6월은 선선해 실외로 다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실외보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이 최적화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계절과 무관하게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온이 오르면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보다는 환기와 밀집도 등이 확산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지난해 4월 브리핑에서 “에어컨이 켜진 환경에서(22~25도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일간 생존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밀폐된 실내에서 생각보다 오래 생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는 보통 비말(침방울)이 눈이나 코에 튀는 등의 직접 전파 형태로 감염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한여름 창문을 닫은 채 환기 없이 오랜 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면 작은 비말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확산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최근 전북 남원의 한 음식점에서는 확진자 A씨와 5m 떨어져 10분 남짓 머물며 식사했던 B씨가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일행이 아니었고 음식점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 식사했다. 이 사례에 대해 방역당국은 밀폐된 식당 내에서 에어컨을 매개로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확진자가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할 때 입에서 뿜어져 나온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날아가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환기가 불충분하고 에어컨, 선풍기가 가동되는 특정 환경에서는 바이러스의 도달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됐다. 전북에서는 지난해 확진자가 발생한 분식점에서 4m 떨어져 5분 남짓 머물다 전파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경기 파주의 스타벅스에서 발생했던 무더기 감염에서도 에어컨이 주요 감염원으로 밝혀진 바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자주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 환기만 잘해도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다. 창문을 열어놓아 실내 공기가 5번만 교체돼도 코로나19 바이러스양은 환기 전의 10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통상 1시간 동안 환기하면 실내 공기는 6번 가량 교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