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민주당이 정말 탈당 조치를 밀어 붙일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송영길 대표는 일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호했다. 억울하다면 수사를 통해 의혹을 털고 오라며 더 강하게 압박했다. 오랜만에 보는 민주당의 단호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탈당 또는 제명이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민주당 다음으로 국민의힘도 결국 전수조사에 나설 것인가 하는 점도 관심이었다. 당초엔 국민권익위를 믿지 못하겠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해프닝도 보였지만, 결국 국민권익위에 조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부자들이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는 과연 몇 명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올지에 더 큰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민주당처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탈당 조치를 받을 것인가 하는 점도 관심 대상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국민권익위 조사에 왠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소속 의원들의 가족에 대해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일부가 제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야5당과 무소속 의원들부터 조사가 시작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면서 가족들의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러나 열 번 양보를 해서 미처 일부의 동의서가 빠졌다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곧바로 보완해서 제출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21일에도 일부 동의서가 누락됐다며 다시 보완을 요청했다. 보완 후에도 또 보완을 해야 한다면 이는 의도적인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 ‘꼼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당장 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국민권익위를 속이고, 민주당을 속이고, 결국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비판이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의힘이 왜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가 더 궁금해진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이 일부에 그치면 몰라도 민주당만큼, 또는 그 이상일 경우 과연 이 대표는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가.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나올까, 아니면 국민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의심하면서 구태로 되돌아갈까. 당내 반발은 또 어떨까. 이래저래 이 대표가 또 하나의 심판대 위에 올라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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