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언론 인터뷰나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글은 누가 봐도 공감을 느껴야 함에도 그렇지 아니한 경우가 많다. 거의가 자기가 생각하는 주장을 옮기는 것에 불과한데, 그래서인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인 가운데 여권 인사들이 그런 아류가 강하다 보니 아무래도 야당 정치인 중 몇몇의 이야기에 국민들의 귀가 더 솔깃해 보인다. 자신의 일방적 견해나 주장보다는 실체적 진실과 객관적인 내용을 앞세워 정책의 잘못이나 정치 현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게 국민에게는 돋보이게 마련이다.

정치인치고 눌변가는 없다 하겠지만 소위 말 잘 한다는 달변가라는 것은 혼자서 할 말 안할 말들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그가 멘트한 말이 결국 상대방과 국민이 이해, 납득하기 쉽게 하는 것인바, 설사 그럴듯하게 말해도 사실과 다르거나 팩트를 벗어난 화젯거리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이 의정활동이나 SNS에 올리는 글을 보면 자기의 주장이기는 하나 객관적 입장에서 보편타당한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니 그들의 발언을 두고 헛된 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야권의 잠룡 가운데 한 사람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들어 부쩍 멘트를 늘어놓고 있다.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문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던 원 지사는 27일에도 검찰 인사 결과를 두고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한마디 고언을 전했다. 정권 말에 무엇이 무서워서 정권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들은 한직으로 보내고, 방패막이에 나섰던 친 정부 인사들만 승진, 영전시켰느냐는 날 선 지적이다.

특히 “정권 관련 수사를 그렇게 두려워하시는 분이 왜 초기에는 무리한 특수 수사를 막지 않았나. 정권이 끝나가니 겁이 나나, 감옥에 갈까 두렵나”라고 꼬집으면서 “죄는 덮을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누가 되든 다음 정권에는 온 천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지난 28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또 한번 겨냥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도중 사퇴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맞받았다. 원 지사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누가 초래했느냐. 정상적인 원전자료 폐기 감사에 대해 끊임없이 정치적 논란을 부추겨 감사원장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되물으면서 “문 대통령은 임기보장에 대해 말을 꺼낼 자격이 없다”고 했던 것이다.

문 정부에서 보인 일련의 일들에서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일갈한 그가 ‘정치적 중립성’ ‘임기보장’이란 말은 다시는 꺼내지도 마시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로서 의도적인 말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원 지사의 말은 어딘가 언중유골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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