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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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규제 강화 목소리로 인해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줄곧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의 리더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14% 가까이 하락하는 등 가상화폐의 급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글로 가상화폐 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이 출시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투기 수단 외 가상화폐가 실제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뿐이라고 독설을 내뱉으며 비트코인이 정상적인 화폐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불안한 취업, 너무 올라버린 부동산으로 현실에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지 못하는 2030 세대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불안한 것을 알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유혹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악마의 재테크’인가. 너도나도 비트코인으로 재미를 봤던 일부 사람들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현금뭉치, 명품 등을 올리며 일반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계층 상승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2030을 현혹한다.

그러나 5월 이후 뒤늦게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던 2030 세대는 계속 떨어지는 현실 속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젊은 층은 전례 없는 유동성 잔치 속에 ‘일단 넣으면 오른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거머쥘 수 없는 현실의 부동산 가격에 낙담하며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요즘은 투자 원금이 아까워서라도 상승세를 기대하며 끝까지 버티겠다는 젊은 층이 있는가 하면, 아예 주식만 하겠다는 청년들도 보인다. 코인으로 손실액이 커서 어디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해 다단계 사기와 같다고 맹비난했다. 사람들이 가끔씩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앱 벤모(Venmo)와 페이팔과 달리, 비트코인은 아직까지도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로를 찾아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4분의 1이 투자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한 설문조사에서 52.9%는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부담, 투자과열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투자 광풍을 주도하며 코인을 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최근 2주간 반 토막이 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가상화폐를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가 어디인지를 놓고 혼란에 직면한 모습이다. 지난 2018년 가상화폐값 폭락 사태 이후 정부의 감독 기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한탕주의’로 다시 급부상한 비트코인 투자에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젊은층 투자자들 피해는 커지고 있는데, 선제적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과연 언제쯤 가상화폐가 화폐나 통화의 모습을 구축하고 사회에서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정부, 국회, 금융감독원은 강력한 조치를 취해 더 이상 비트코인이 투기로 전락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직은 유형적인 실체 없이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독립적인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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