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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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난 토요일 낮 잠실의 한 영화관을 가서 현재 관객들 상황을 체크했지만 여전히 영화관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었다. 피부로 느낀 건 영화관 관객들 방문 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영화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이 전년 대비 70% 감소하며 휘청했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2020년 극장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조 4037억원 감소한 510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20년간 한국영화산업은 극장 중심의 시장 확대를 통해 질적, 양적 성장에 주력해오며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었다. 그러나 기존 산업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여기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극장 좌석판매율은 1% 수준이며 100개 좌석이 있는 상영관에 한두 명만이 앉아서 본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위태롭기만 하다. 경영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상영관들은 줄폐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들도 멈춰서거나 몸집을 크게 줄이고 있다.

제작이나 개봉을 미루고 있고 영화인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라면 영화산업 생태계 전반적인 위기로 번질 태세다. 이미 2년, 3년 전에 제작이 완료된 영화들조차 개봉이 미뤄지고 있어 신규 제작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 여파는 바로 영화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영화계 종사자들도 속속 업계를 떠나는 추세다. 필자의 지인들은 대부분 대리운전, 배달 알바, 자영업 등 투잡스, 쓰리잡스를 해가며 생계를 버티고 있다. 그들은 1년 안에 영화관이 폐업하고 영화일을 다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여파로 영화관 관계자는 극장이 부담해야 하는 임차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힘들고, 안전한 관람을 위한 방역비 부담도 커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영화관들의 휴·폐업하는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심한 적자를 보고 있는 극장 운영사가 대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주요 영화관들이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영화 관람료를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결국 피해는 관객들이 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코로나 확진자 상황이나 백신 접종이 전 국민에게 본격화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영화산업은 올해도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이 멈춘 영화 제작사에 자금을 지원할 투자사도 없을뿐더러 다시 영화관으로 관객을 모으기 위한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현재 코로나를 이겨 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영화제작사들은 한계에 다다랐다.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 지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마저도 철저히 소외돼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극장업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보더라도 손꼽히는 피해업종이라며 정부 지원 부족에 대해 불만들 드러내는 중이다. 더 늦기 전에 영화관 정책의 재검토와 코로나 상황을 견뎌낼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지금은 지속 가능한 번영을 논할 때가 아니라 생존책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산업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관이 초토화되고 그 여파는 한국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로 이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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