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다음 달 초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와 의원들마다 정치적 수사(修辭)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말의 풍년을 맞았다. 당 진로와 관련된 것이긴 하나, 그 이면에는 자신을 내세우고, 같은 지역출신을 옹호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지난 4.7재보선 압승은 국민의힘 승리가 아니라 정부․여당의 정책실패로 인해 국민들이 야당을 선택하면서 일어난 것이라는 반성론인바, 그동안 익숙함에 젖어 자만했던 데에 대한 경고로써 ‘도로 새누리당’은 되지 말자는 각성론인 것이다.

제1야당이 아직도 국민 눈높이에 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그 흐름을 반영하는 듯 재․보선 이후 당 지지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바, 국민의힘 당내에서 전개되는 현상에 미루어 볼 때 호재는 적고 악재가 많은 편이다. 그것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확산된 ‘영남당’ 우려 논란, 초선․중진간 갈등 양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 끌어안기 해법 등 현안에다가 최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신청 문제가 겹치면서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갑론을박하면서 정제되지 못한 발언으로 인한 중도·보수, 젊은 지지층의 이탈 현상에 기인된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경쟁력을 갖춘 마땅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을 둘러싼 논쟁이 들끓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 신청한 지난 10일, 기자회견 석상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찰 수사만 평생 하신 분이 지금 각 분야의 날치기 공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유력 주자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렸다. 또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언론을 통해 “윤석열 전 총장 같은 경우에는 저희 당 출신 대통령 2명을 감옥 보낸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등 야권의 통합에 찬물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야권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그런 기대에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의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고, 제3지대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 중에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써는 지지부진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자체 후보를 찾는 자강론이나 ‘플랜B’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야권 지지층 확산 없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만 갖고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란 결코 수월하지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4.7재보궐선거에 승리했다는 안도감 내지 자만심에 빠져 개혁을 등한시할 수 있겠으나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더 겸손해야 할 것이다. 아직 정상적 지도체제를 갖추지 아니한 제1야당이 우왕좌왕하다가는 한방에 ‘훅’ 갈 수가 있다. 이 점을 당 중진인 원희룡 제주지사, 초선인 김은혜 의원(경기 성남분당갑)도 걱정했던바, 국민의힘에서는 자만심에 빠져 한순간 훅 갔던 20대 총선 때 실수를 교훈 삼아야할 것이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단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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