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입장문을 내고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과거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한 뒤 귀국하면서 부인이 가져온 고가의 도자기 세트들과 관련해 불법 반입과 불법 판매한 의혹이 일면서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도 “그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늦었지만 민심을 제대로 살폈으며, 안타깝지만 자진 사퇴는 옳았다.

사실 박준영 후보자는 공직사회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능한 관료로 평가돼 왔다. 전문성과 책임성은 물론 도덕성과 인간관계에서도 탁월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으로 발탁한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번 ‘도자기 사건’이 그동안 올곧게 살아왔던 박 후보자의 공직생활에 큰 상처로 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외교관 신분의 특혜를 이용해 고가의 도자기 세트를 대량으로 불법 반입하고, 또 그걸 팔겠다고 인터넷에 올린 박 후보자 부인의 행태는 국민의 눈높이는커녕 냉소와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공직자 인사청문회 역사에도 길이 남을 수치스런 장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박준영 후보자 스스로 자신과 아내의 처신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회견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잘 못 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서 이번에도 임명 강행 절차를 밟았다. 뒤늦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인사들에 대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자 그 때서야 청와대가 숙고에 들어갔고, 이에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의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현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우려할 만하다. 국민이 뭐라 말하든 내가 옳다는 식이라면 그 독선의 불행은 그대로 국민의 몫이 되고 만다. 무능한 야당 때문에 초유의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국민의 고통까지 덜어 주는 것은 아니다. 박준영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이제 국민의 관심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자질과 도덕성 논란으로 치자면 박 후보자 보다 임 후보자의 결격사유가 더 크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임 후보자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자진 사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거듭 문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 최소 두 명은 털어내야 한다. 현 시점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함께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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