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원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적대감이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대북정책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외교적 해법이 북한과 이란 등 핵 프로그램이 제기한 도전 과제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기회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당초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 때보다는 좀 더 진화된 해법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제 관건은 미국 대북정책의 기조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난관은 기조의 문제라기보다 디테일의 문제에서 서로 어긋났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셈법, 서로 다른 로드맵은 판이 깨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북미관계는 북핵문제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수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며, 동시에 고비마다 밀고 당기는 식의 힘겨루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전망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의 조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상 당사자의 내밀한 셈법과 대안을 조율하고 설득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통일부가 그 적임자다. 외교부가 더 큰 그림을 그린다면, 통일부는 북미관계의 제3자적 조정 역할을 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침 통일부가 6일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과 추가 접촉을 시도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북미대화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평가’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미국의 진정성은 어디까지인지를 통일부는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북미관계에서의 제3자적 조정 역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이나 통일부의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 이제 문재인 정부도 10개월여 임기를 남겨 놓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만들면서 북미 양쪽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접점이 생긴다면 그것을 재생산해서 북미관계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잘 만 한다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에 예상 밖의 북미관계 개선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대적 소명처럼 인식하고 통일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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