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영화같은 기적을 연출했다. 74세의 노배우의 오스카상 수상은 이래저래 화제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두 번째, 한국 영화사 102년 만의 쾌거다. 무엇보다 그의 영어 수상소감은 이번 오스카상의 최고 화제다. 직설적이지만 오만하지 않고 그러면서 유쾌한 그의 오스카 수상 소감은 윤여정만의 매력을 지구촌에 알렸다.

그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준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정착해가는 한국 이민자 가정의 현실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인이 이 영화에 더 감동하는 것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자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생활을 하는 수많은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 여러 뉴스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이 거하는 곳은 쓰레기장에 가까운 처참한 곳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과거 우리 아버지 어머니 모습과 닮았다. 또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먼 타국에서 미래를 꿈꾸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바로 얼마 전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

만약 동남아인이 한국에 정착해서 코리안드림을 실현해가는 모습이 영화화됐다면 미국에서처럼 공감을 얻었을까. 제작도 쉽지 않지만 여전히 단일민족의 자긍심이 강해 외국인 특히 동남아인에 배타적인 풍토상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주장려정책을 펴온 나라 중 독일은 1980년대 중반부터 다른 문화의 고유성과 상이성을 이해하는 상호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도 올해 상호문화존중, 다문화정책 공감대형성, 인권강화 등을 주요정책으로 제시했다. 아직 시행 기간이 짧아 평가를 하긴 이르지만 지난해 나라살림연구소가 평가한 한국의 다문화정책을 보면 한마디로 엉터리다. 다문화정책에 외국인이 빠져있다. 주요 주민의 범위는 주민등록이 기본이다.

바로 옆 일본의 경우 다문화 아이들은 교육에서만큼은 똑같은 기회를 제공받는다. 차별도 특혜도 없다. 다문화정책의 미래는 태어나는 아이들의 교육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등록 중심으로 돼 있는 현 정책의 구멍을 파악해 실질적인 다문화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 공감을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주민을 참여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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