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천지일보DB
헌법재판소. ⓒ천지일보DB

헌법재판소, 변론준비기일 진행… 임성근 측, 증거·증인 문제제기

전국법관회의 구성원 등 지적… ‘참여연대의견서’도 부정 의견

국회 측 “법관 헌법위반행위 시 대응 분명한 방향 제시 기회 되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상 첫 국회 법관 탄핵소추안 의결의 당사자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이 열린 가운데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측과 청구대리인 측 사이에 증거와 증인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오후 2시 헌재 소법정에서 주심 이석태 재판관과 이영진·이미선 재판관 등의 진행으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열었다.

출석 의무가 없어 임 전 부장판사는 법정에 오지 않았고, 청구인인 국회를 대표하는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변론준비절차기일은 향후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 등을 선별하는 절차로 국회 측과 임 부장판사 측의 증거 제출 목록과 변론 방식 등을 정리한다.

이에 따라 이날 쟁점은 제출한 증거의 효력 여부와 어떤 증인을 부를 지였다.

헌재는 이날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의 핵심이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임창용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회부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등 세 가지 사건에 대해 재판 관여 여부라고 정리했다.

국회 측 청구인은 임 전 부장판사가 헌법 1조·7조·12조·101조, 형사소송법 38조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임성근 부장판사. (출처: 연합뉴스)
임성근 부장판사.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서에 임 전 부장판사가 어떻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분명하게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탄핵소추를 강행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청구인 측은 “탄핵소추의결서엔 어떤 헌법이나 법률 조항을 위반했는지 충분한 개진이 어렵고, 법률가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상당히 급한 절차 진행 과정에서도 맥을 잘 짚어 임 전 부장판사의 위반 여부를 어느 정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적 동일성 유지하는 내에서 구체적 조항 하나하나, 일부 수정 또는 추가할 부분 있는지 그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그에게 제기된 혐의 대부분은 선배 법관으로서 의견제시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업무수행에 있어 법관이 자발적으로 동료나 선배에게 의견을 구해 참고해 독자결정했다면 문제 없다”면서도 이 사건은 임 전 부장판사가 먼저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전국법관대표회의 회의록이 증거로 제출된 점을 지적하면서 “당시 의장이었던 민주당 최기상 의원을 비롯한 임원진 중 과반 이상이 특정 연구회 소속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해당 회의 구성원 중 특정 연구회 소속 구성원의 비율이 어떤지 현재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 신청도 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2.4

지난 최 의원이 의장을 지낸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한 행위가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취지의 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들은 청구인 측이 신청한 증인 상당수가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에서도 증인신문을 받았다면서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중후반부에 기습적으로 증인 신청한다거나 해서 그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지 않기에 가능성 있는 부분 미리 계획을 갖고 신청한 것”이라며 “형사사건 기록을 입수해서 진술이 더 나올 게 없다고 하면 불필요한 증인은 신청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참여연대가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헌재법 심판규칙 10조 1항에 따르면 ‘헌재 심판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와 법무부장관은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참여연대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아니다. 이것은 사적단체에서 헌제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의견서를 참여연대에 반환한다든지 해서 향후 법적 근거 없는 의견서 제출에 단호하게 엄정한 견해를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4일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과 이탄희 대표발의 국회의원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4일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과 이탄희 대표발의 국회의원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4

반면 청구인 측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전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서나 탄원서·호소문 등 어떤 형태로든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참고할 것인지는 재판부 재량에 달린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다시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헌재법 제정 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좁혀서 규정한 것이라며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징계 처분 이후의 탄핵소추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탄핵소추가 각하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사부재리란 특정 사건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사상 최초의 중요한 사건인 만큼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여러가지를 잘 검토하면서 재판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회 측 송두환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사법권 독립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법부 구성원이 사법권 행사를 함에 있어 어떤 행위는 하고 어떤 행위는 안 되는가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법관이 헌법 법률 반하는 행위 한 경우 국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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