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2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2014년 당시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2021.02.05.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2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2014년 당시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2021.02.05.

첫 기일 26일 예정됐으나 임 부장판사 측 기피신청에 불발

임 부장판사 측, ‘세월호·민변’ 관련 이석태 재판관 기피신청

28일 이후 자연인 신분… 헌재법 따른 기각 주장 힘 얻을까

‘공직에 나설 가능성 차단’ 위한 특별한 결정 가능성도 여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상 처음으로 국회 법관 탄핵소추안 의결의 당사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임기가 오는 28일 만료되는 가운데 26일 예정됐던 첫 재판이 연기돼 결국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 심판을 받는 일은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전직 법관인 자연인 임 부장판사를 상대로 유의미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세 번째 임기 만료를 끝으로 법복을 벗는다.

판사는 10년 임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근무하는데, 임 부장판사는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28일로 세 번째 10년 임기가 끝나면 퇴직하게 된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에 대한 헌재의 탄핵소추 심판은 그가 퇴임하기 전 열리지 못한다. 애초 헌재는 26일 탄핵소추 심판 첫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가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면서 26일 재판이 불발됐다.

앞서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2015년 3~12월 ‘세월호 7시간’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청와대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임 부장판사는 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등 사건에 대해 양형 이유를 변경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헌법 위헌 여부 선고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이날 헌재는 지난 1953년 낙태죄 조항을 도입한 지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천지일보 2019.4.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천지일보 DB

이 혐의는 그대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유로 포함됐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이 재판관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점 등을 기피 신청 이유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법 24조 6항은 재판관 기피 신청이 있을 경우 민사소송법 44조, 45조, 46조 1·2항, 48조를 따르도록 규정한다. 이 중 민사소송법 48조는 기피 신청이 접수될 시 소송 절차를 중단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기일이 예정된 26일 전에 헌재가 재판관 회의를 통해 기피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했으나 시간 내에 이뤄지지 못하면서 기일이 밀렸다.

이로 인해 임 부장판사가 28일 이후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법관 신분을 대상으로 하는 헌정사상 첫 탄핵소추 심판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앞서 국회는 지난 5일 본회의에서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는 헌정사상 첫 번째 법관 탄핵소추 의결이었다.

하지만 이미 임 부장판사의 퇴임이 결정된 상황에서 너무 늦은 게 아니냔 지적이 있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직후 입장문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해서 일찌감치 탄핵소추를 공론화했더라면 대부분의 시민들도 탄핵사유에 공감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점은 뼈아프다”며 “탄핵이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탄핵사유에 대한 충분한 공유와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2.4

일부 탄핵을 찬성하는 측에선 국회가 헌재가 논의할 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주문, 피청구인 법관 000을 파문한다”는 헌정사 첫 ‘그림’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헌재는 지난 2017년 3월 30일 참여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문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아예 임 부장판사 퇴임 전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하면서 ‘법관을 대상으로 하는 첫 탄핵소추 심판’이라는 그림 역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물론 26일 열리려던 변론준비절차기일에 임 부장판사는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애초 현직 법관이 헌재 법정에 서는 일은 없었지만 현재는 대상자조차 없게 된 상황이다.

이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은 전직 판사를 대상으로 열리게 됐다. 앞으로 헌재는 자연인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유의미할지 오랜 시간 숙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법 53조 2항엔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는 헌재가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헌재가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헌재법 54조 2항의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퇴임 이후라도 파면 결정을 통해 공직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가 채택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에서도 가토 다쓰야 사건을 맡은 재판장에게 임 부장판사가 중간 판단 요청을 한 것에 대해 1심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는)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또는 침해 위험이 있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판결문 수정 요구는 그 자체로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해 결과를 유도한 것으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해 법관 독립 침해로 위헌적이고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즉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그에 따른 결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