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기소 뒤 약 3년 5개월 만에 공소 사실에 대한 전부 무죄 판단이 나온 것이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하고자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이 회장 등이 각종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주요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관련 혐의 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증거가 부족하다”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간의 수사와 공판 과정을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방대한 공소 사실을 제기했던 검찰로선 유죄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수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때 시작됐지만 실제 수사를 본격화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이성윤 서울지검장이 있을 때였다. 문 정부의 적폐 청산과 반기업 풍조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년 반 이상 구속수감됐다가 풀려난 뒤 또 이 사건에 연루돼 9년째 사법적 논란에 휘말려 왔다. 이 회장은 2022년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된 후에도 매주 1~2회씩 경영권 승계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했다.

국가 전체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 총수를 피의자로 삼아 과잉수사로 피해를 보게 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이다. 이번 사건의 무죄 판결로 수년간 이어져 온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인 이 회장이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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