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항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회장에 대해서도 항소를 시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항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두 사건 모두 여론과 법리 등에서 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받았던 양 전 대법원장은 47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이 회장은 ‘불법 경영승계’ 관련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몰이와 맞물려 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다. 하지만 모두 무죄가 나오자 국민들로선 허탈한 느낌이 들 만하다. 검찰이 애초 무리하게 수사·기소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3차례 법원의 자체 조사에서 의혹에 대해 문제 삼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관들은 물론 법원장과 고법부장들도 “재판 거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을 찾은 자리에서 “사법 농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하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후 김명수 사법부는 법원 내부 자료를 검찰에 통째로 넘겼고, 검찰은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지휘 아래 검사 50여명을 동원해 5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11개월 만에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던 전현직 법관들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헌정사상 첫 사법부 수장의 직무 관련 위법 판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 수사도 참여연대 등의 문제 제기 후 2018년 문재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임직원 110명을 430차례 소환조사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펼쳤다. 그럼에도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까지 했다. 유죄 입증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서버 자료에 대해 “위법하게 취득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상급심에서 승소할 자신이 있다면 항소하는 게 맞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항소를 안 하고 무죄가 확정되면 검사들이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 항소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두 사건처럼 무죄 판결의 법리가 명백하고, 항소로 인한 손실과 피해가 클 경우 포기하는 게 순리라고 본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취임할 때 “기계적 항소를 지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검찰은 무리한 항소를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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