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10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시선이 비례대표 선출 배분 방식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쏠리고 있다. 법 개정 여부를 좌우할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당론 결정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현행 준연동형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당내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해오다 결국 지난 2일 당론을 결정할 전권을 이 대표에게 부여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하면서 ‘전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 “당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당 지도부가 선거제와 관련한 당론 결정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총선 승리라는 실리를 취할지, 자신의 대선 공약 준수라는 명분을 지킬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연동형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여당과 의석수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친명계는 병립형 회귀를 주장해 왔다. 병립형으로 총선을 치르더라도 정권 심판론을 앞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도 작년 11월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말해 병립형 회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명계는 공약 파기는 3년 뒤 대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명분론을 앞세워 이 대표에게 준연동형 유지를 촉구해 왔다.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라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신뢰와 믿음을 받으며 정치인으로 입지를 세울 수 있다. 이 대표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솔직히 설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난처한 입장에 처하면 ‘전 당원 투표’를 구실로 국민과의 약속을 피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고선 전 당원 투표로 뒤집어 70%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위성정당의 길을 열었다.

이듬해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귀책사유가 자신들에게 있으면 무공천’ 한다는 당헌을 당원투표로 번복하고도 후보 공천을 강행했다. 이번 비례대표제 방식서도 이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대표가 선거의 유불리를 저울질하면서 민주당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늦어도 오는 10일까지는 제도 변경이 확정돼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스템 변경 등 후속 실무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은 비례대표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보고 총선에서 평가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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