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 조사 결과 발표
온라인 신앙생활 비중 커져…타교회 설교 영상도 시청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 다니는 최모(45, 여)씨는 팬데믹 해제 이후에도 한 달에 2회는 여전히 ‘온라인 예배’로 드리고 있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장소는 다양하다. 집이나 혹은 카페, 외출할 때는 자동차 안에서 드리기도 한다. 최씨는 3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에는 교회가 아닌 곳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배를 드릴 수 있어 부담은 덜고, 신앙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예배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해제 이후에도 미디어를 활용한 종교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종교활동의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대면’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종교활동이 디지털 미디어 분야로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 연구 등 종교계가 온라인 종교활동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이제에서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기독교 미디어 이용과 신앙에 관한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팬데믹 이후 신앙생활, 온라인으로 확대”

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대비 온라인 신앙생활 변화를 묻는 질문에 ‘코로나19 거리두기 종료 이후인 현재도 온라인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는 응답자는 40.1%로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온라인 신앙생활이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최근 1년 사이 온라인 예배의 빈도수를 묻는 질문에는 ‘가끔’ 또는 ‘자주’라는 응답이 5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온라인 예배가 신앙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자 57.6%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9.1%였다. 특히 가나안 교인의 경우, 과반이 넘는 67.4%가 ‘온라인 예배가 신앙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예배가 신앙에 도움이 되는 이유로는 ‘언제 어디서든 예배를 드릴 수 있다(72.9%)’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져서 교회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11.0%)’, ‘가족 모두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어 좋다(9.5%)’, ‘온라인 예배가 더 집중이 잘 된다(5.9%)’ 순이었다.

온라인 예배 외에 하고 있는 온라인 신앙 활동으로는 ‘온라인 찬양 듣기(55.7%)’ ‘기독교 관련 유튜브 방송(39.9%)’ ‘출석교회의 온라인 설교 영상 시청(34.7%)’ ‘타 교회의 온라인 설교 영상 시청(34.5%)’ 등이 있었다. 특히 교인들이 출석교회가 아닌 타 교회의 설교 영상을 시청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많은 교인이 직접 말씀을 비교하고 나선 것으로, 수준 높은 말씀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읽힌다.

그래도 여전히 교인 다수는 ‘대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신앙생활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55.8%)이 ‘예배와 신앙생활 모두 오프라인 중심으로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특히 예배에 있어서 ‘오프라인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84.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인식은 기존에 다른 조사 결과와도 연결된다. 앞서 청어람ARMC에서 지난 2020년 9월 진행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에 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예배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4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28%도 ‘가능하면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답변을 해 75% 정도가 오프라인 예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코로나19 기간이 되려 대면 예배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예배에 있어 교회의 중요성이 여전히 높지만,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신앙 활동들로 ‘신앙생활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 “교인, 가장 자주 이용한 매체는 유튜브”

연구원은 개신교인의 미디어 이용 현황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그 결과, 개신교인들은 모든 매체 중에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를 묻는 질문에 유튜브라는 응답이 33%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인터넷·포털사이트(22.4%), TV(20.9%), 소셜미디어(9.7%), OTT(8.7%) 등 순이었다.

기독교 콘텐츠를 접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통로 역시 유튜브였다. 기독교 콘텐츠 접촉 매체로 유튜브를 꼽은 응답자 비율(46.8%)은 2위 기독교 TV(17.9%), 기독교 라디오 채널(13.9%)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독교 콘텐츠로는 설교(33.8%)와 찬양(33.1%)이 꼽혔다.

특히 개신교인의 정치성향은 기독교 콘텐츠 이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를 통해 기독교 콘텐츠를 접한다는 응답은 보수(46%)와 중도보수(48.8%) 집단이 진보(37.3%)와 중도진보(43.6%)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인에 비해 보수 성향 개신교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기독교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진규 교수는 “미디어 콘텐츠를 신앙생활의 훼방꾼이나 영적 걸림돌로 규정하는 것은 더 이상 개신교인들의 보편적 인식이 아니다”며 “개신교인의 다양성과 필요를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내용분석을 통해 더 다양한 기독교 콘텐츠가 제공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 “교인들, 언론보다 목회자 말 더 신뢰”

이번 조사에서는 교회가 허위정보, 이른바 ‘가짜뉴스’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사실 교회가 허위정보의 주요 생산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지는 오래됐다. 지난 2018년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에 대한 허위정보가 기승을 부릴 때도 해당 정보의 주요 생산지로 극우 성향의 기독교 단체로가 지목됐고,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가 지목한 허위사실 유포자의 대부분도 교회로 나타난 바 있다.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원은 교회가 가짜뉴스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기독교인들이 언론사 보도보다 교인이나 목회자가 제공한 뉴스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SNS나 메신저(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각종 단톡방 등)를 통해 접한 뉴스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해당 뉴스의 출처를 다르게 물어본 결과, 교인들은 ‘언론사 및 기자가 제공하는 뉴스(26.7%)’ 보다 ‘교인 및 목회자가 제공하는 뉴스(41.1%)’를 더욱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내 주변 지인이 제공하는 뉴스(24.7%)’를 신뢰했으며 ‘불특정 개인이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7.3%에 그쳤다.

우지윤 아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미디어학과 교수는 교인이나 목회자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허위정보가 교회에서 검증 없이 빨리 퍼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교인들은 허위정보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하면서도 허위정보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보거나 적극적으로 수정하기보단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회가 언제든지 허위정보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점을 생각해 ‘일부’가 아닌 교회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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