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문화사 임종대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책향기에 흠뻑 취한 40년

후손에 남길 책 고심 끝
한국고사성어 직접 출판
초등생도 이해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책 향기에 취해 자칭 ‘출판계 농부’로 살아온 미래문화사 임종대 대표. 남의 책을 내던 그가 최근 ‘후세가 영구히 읽을 책’을 고심한 끝에 고사성어의 역사적 배경을 담은 ‘한국고사성어’를 직접 발간했다. 저자가 됐지만 출판인의 길을 끝까지 걷겠다고 다짐하는 임 대표를 서울 용산구 효창 제2경로당에서 만났다.

―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나.
초등학교에 입학해 받은 새 책을 집에서 펼쳐보다 우연히 책 냄새를 맡아봤다. 책 냄새가 정말 좋았다. 책 향기에 취해 읽다 얼굴에 책을 덮은 채 잠이 들었다. 그 책 향기가 지금도 아련하다. 그때부터 책을 가까이하게 됐다. 종이책은 독특한 향이 있다. 새 책이 나오면 항상 책 향기를 맡는 습관이 생겼다. 글을 읽을 때 느끼는 안정감보다 새 책에서 나오는 향기로움에 더 취한다.

― 출판사를 한 계기는.
책의 향기가 유지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 답이 ‘출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출판 업무를 잘 몰라서 두려움이 컸다. 인쇄소에서 몇 개월 머물며 활자 뽑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항상 일이 늦어졌다. ‘이 일을 하는 게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그 와중에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는 이상길씨로부터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미래문화사’라는 상호를 추천했다. 그 상호는 귀에 쏙 들어왔다.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출판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어느 날 한글학회 활동을 하는 박대희 선생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선생은 출판을 해도 한참을 해야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자기가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곧 깨달음이 왔다. 그날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모든 일을 겸손한 마음으로 하겠다고 다짐하며 변함없이 이 길을 걸어왔다.

― 한국고사성어를 발간한 이유가 무엇인가.
어느 날 지인에게 ‘남의 책만 만들고 있으면 되겠냐’라는 말을 듣게 됐다. 나를 자극하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후세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다. 고심 끝에 우리나라 고사성어를 정리해서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있다. “공부를 많이 해서 되글(쌀 1되: 1.6㎏)로 써먹는 사람이 있고 되글로 배워서 섬글(1섬: 144㎏)로 써먹는 사람이 있다.” 재능 한 가지만 있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한자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게 되글 지식이 있다면 섬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서 집필하게 됐다. 한국고사성어는 우리나라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조선사 등을 참고했다. 318개의 속담, 고사성어, 역대 왕 이야기 등에 대해 기록했다. 초등학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수준으로 엮었다. 자라나는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부모, 자녀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출판계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책을 내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아내(김연희, 67)다. 나는 컴퓨터 사용을 못해 펜글씨로 원고를 작성한다. 원고를 넘겨받은 아내가 컴퓨터로 워드 작업을 하면서 문맥을 정리하고 내용을 교정한 후 출판부로 전했다. 편집부 김한성 부장도 큰 도움을 줬다.

―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보는가.
한마디로 출판계의 ‘농부’다. 마치 농사를 하듯 출판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봄에는 땅을 파서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경작하고, 가을에 알곡을 추수하는 농부처럼 꾸준히 출판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농부들은 크게 소출은 안 되지만 먹고는 산다. 농부처럼 결실을 보는 삶을 살아왔다고 본다.

― 자부심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출판업을 하다보면 작가들에게 ‘원고를 달라’며 쫒아 다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고를 달라고 쫓아다닌 적이 거의 없다. 필요한 경우 직접 원고를 집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소극적인 출판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자부심이 더 크다. ‘행복한 출판을 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고사성어가 더 좋은 책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이 책 안에는 선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국의 삶, 정서, 역사를 자라나는 후세가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훗날 이 책으로 깨달음을 얻은 아이들이 자라나서 더 좋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을 하길 바란다.

― 향후 계획이 무엇인가.
출판인의 길을 끝까지 걷고 싶다. 출판업계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먹고살기 위해 아무 책이나 만들어 판매하는 출판업자와 양서(良書)인 정직한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출판인이다. 출판인으로 살다보면 궁핍에 빠질 때도 있지만 정직한 책을 만드는 길을 끝까지 걷고 싶다. 출판인은 항상 독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자에게 유용한 책을 만들어 제공하고, 때에 따라서는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서적도 공급해야 한다. 항상 이 부분을 연구하며 힘쓰겠다. 현재 인도와 중국의 선사상(禪思想)에 대해 집필하고 있다. 향후 기독교 역사와 관련한 서적을 집필해 독자들이 쉽게 불교·기독교 분야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 미래문화사 임종대 대표가 용산구 효창제2경로당 박기근 회장과 함께 ‘한국고사성어’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미래문화사 임종대 대표 약력>
-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
- 중앙노동경제 연구원 이사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국가원로회의 지도위원
- 이봉창의사 생가복원추진위원회 위원
-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역임
- 한국청소년도서출판협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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