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광철 한옥전문가․작가

신광철 한옥전문가ㆍ작가

한옥 통해 한국인 기질 엿봐
한옥이 한국인 정체성 보고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우리나라 전통 ‘한옥’에서 한국인의 기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신광철 한옥전문가 겸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장. 최근에는 <극단의 한국인 극단의 창조성>이라는 책을 냈다.

책을 펴내기까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우리 민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자신의 생각으로 얻어낸 결과가 아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문화를 통해 그 답을 얻었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한국인, 한민족에 대한 관심을 깊이 두게 된 계기는

한국, 한국인, 한민족에 대한 관심은 젊은 날부터 시작됐다. 혼자서 여행을 하면서 문화유적지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찾아다니곤 했다. 전문지식도 없었고, 알려는 노력도 별도로 하지 않았지만, 문화유적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찾아다니곤 했다. 사찰과 왕궁과 종묘 그리고 같은 고인돌선사유적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등단을 하고나서도 유적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전문적으로 한국, 한국인, 한민족에 대한 관심은 한옥에 글을 쓰면서부터였다. 한문화사라는 신생출판사 이인구 사장의 제안으로 한옥에 대한 취재와 글쓰기가 시작됐다.

한옥이 가진 매력은 깊었다. 한옥에 대한 철학과 깊이는 자연미와 단순미로 귀결되는데 한국의 미의식이 천년 이상 차곡차곡 쌓인 것이 한옥임을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인의 기질을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전혀 다른 기질을 내면화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였는데 ‘극단(極端)’이었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기질 그리고 한국문화유산에 담긴 특성이 이 극단으로 모두 열렸다.

―‘한옥’이 한국인 정체성의 보고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이유는

한옥은 한국의 문화유산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건축물이고, 한국인의 일반적인 특성을 모두 담고 있다. 한옥은 궁궐부터 서민의 초가집까지를 망라한다. 지식인과 일반 평민까지, 권력자로부터 하층민에 속하는 상민까지 집을 짓고 산다. 이들 모두의 마음의 모습이 바로 한옥에 담겨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자연관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편들이 한옥에 들어있다. 문화와 철학뿐 아니라 건축물을 짓는 심성까지도 들어있다. 한국인의 기질과 생활풍습까지 총망라된 것이 한옥이다.

―<극단…>책에서 ‘한국인은 다양성을 수용한다’고 했다. 또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한국화’된다고 했다

한국인은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능청스러울 정도로 잘 한다. 일 년에 한 번 농사를 지어 살아가는 농경문화에서 살아온 한국인은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일년 농사를 망치면 생존이 어려워진다. 일모작에 생사를 걸어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데다 사계절이 뚜렷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가뭄과 홍수, 병충해를 막아야 하고 파종시기를 놓치면 얼어 죽거나 말라죽고, 추수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은 상황적 요인에서 만들어진 기질이다.

반면 건국설화에는 곰의 이야기가 있듯이 느긋함이 있다. 그리고 국화라고 할 수 있는 무궁화도 한 나무에서 피고지고를 계속한다. 하나를 하면 꾸준히 지속하는 성질이 있다. 빨리빨리가 서두름이라면 은근과 끈기는 느긋함이다. 이 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기질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한국인은 전혀 다른 기질, 즉 극단과 극단을 수용하고, 때로는 극단과 극단을 넘나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기질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한恨’의 문화다. 또 한의 내려앉는 정서와 달리 우리의 정서에는 흥이 체화되어있다. 한과 흥은 전혀 다른 기질이다. 이러한 극단을 수용하는 다른 사례가 많다. 종교의 다양성, 전통사상에 담긴 정신의 사상과 물질의 사상인 서구사상이 한국에는 공존하고 있다. 포용성이 큰 민족이 한국인이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는가

한국인에게는 다른 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인이 가진 빨리빨리는 긍정적으로는 부지런함, 성실, 열심히 사는 것으로 대변되지만, 부정적으로는 서두름, 조급함이다. 마찬 가지로 흥의 문화도 긍정적으로는 열정과 발랄한 정서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노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한국사에서는 한의 문화가 우세할 때는 나라가 기울었고, 흥의 문화가 우세할 때는 나라의 부흥했다. 한국인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 이 말은 한국인을 이해하게 되면 한국의 정치ㆍ문화ㆍ경제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긍정적인 면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인과 지식인 그리고 문화창조자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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