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국민혁명당·기독자유통일당 합당 전당대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25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국민혁명당·기독자유통일당 합당 전당대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너알아TV 캡처)ⓒ천지일보 2021.6.2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민혁명당 대표 전광훈 목사님을 모시겠습니다!”

2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국민혁명당 전당대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 목사가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지지자들 사이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지지자들은 “전광훈!”을 연호하며 전 목사에 열광했다.

전광훈 목사가 창당한 국민혁명당과 기독자유통일당이 합당을 선언했다. 그리고 전 목사는 국민혁명당 대표로 선출됐다. 특정 종교와 정치 이념을 결합해 정당정치에 동원하려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정치권을 향한 전 목사의 막말 행보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지방 순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를 향해 “젖비린내 난다” 등 막말을 쏟아 논란이 됐다.

개신교계에선 극우 성향 개신교인들의 움직임이 전체 개신교로 인식되는 상황에 대해 경계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전 목사의 극우 정치 행보가 개신교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국민혁명당과 기독자유통일당 합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수락 연설에 나선 전 목사는 어김없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권을 향해 색깔론으로 일관했다. 그는 “북한에서 날라온 주사파와 남로당의 찌꺼기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을 다 장악하고 청와대까지 점령해서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북한으로 편입하려는 의도가 확실히 드러났다”고 맹비난하며 “우리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서 국민혁명당을 선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기독자유통일당과 합당했으니 최소 100만명 당원을 확보했다며 오는 8월 15일까지 1000만 당원을 모아 광화문광장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겠다고 자신했다.

전 목사는 “8월 15일 광화문 이승만광장에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당대회를 1000만 당원이 함께하는 전당대회를 다시 한번 우리가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 반역행위에 앞장선 문재인을 탄핵하고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별히 대한민국을 붙잡고 장난친 주사파를 싹 정리하고 이승만의 건국 정신과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 정신을 앞세워서 대한민국을 새로 정돈해 G2 국가로 도약하자”며 “오늘날 정치인들은 야당, 여당할 것 없이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올해 안에 위대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2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혁명당·기독자유통일당 합당 전당대회에서 중앙당, 시도당 깃발 수령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출처:너알아TV 캡처)
2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혁명당·기독자유통일당 합당 전당대회에서 중앙당, 시도당 깃발 수령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출처:너알아TV 캡처)

이날 기독자유통일당 대표였던 고영일 변호사는 국민혁명당과 합당을 “하나님의 뜻”으로 돌렸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라며 “성령님의 역사로 두 당이 합당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아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전당대회에서는 그간 전 목사가 주도하는 극우 행보에 동참했던 극우 인사들이 총출동해 국민혁명당과 전 목사를 치켜세우는 데 주력했다. 나온 인사들 역시 색깔론을 내세우며 전 목사를 거들었다.

불교 대표로 나온 응천스님은 “대한민국 사망 직전에 (대한민국을) 살려주려고 국민혁명당을 창당한 전광훈 목사님께 감사하다”며 “자유 대한민국을 찾는 길은 국민혁명당 밖에 없다”고 지지했다.

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김학성 교수는 “국민혁명당이 대한민국 정치 지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춘근 박사는 “이 나라를 공산주의자들에게 갖다바치려는 세력을 막아줄 정당이 없었는데 이런 분(전광훈 목사)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이 정당은 나라를 구하려고 만든 정당”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끝까지 투쟁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지켜주신다. 문재인 처단하자!(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국민혁명당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만들어진 정당(성상훈 대표)” “선지자 전광훈이 드디어 서울 한복판에 깃발을 꼽았다(김수열 대표)” 등의 말들이 나왔다.

전광훈 목사는 2004년부터 기독교 이념을 표방해 만든 기독교 정당을 내세워 정치권에 진출하려고 꾸준히 시도해왔다. 전 목사가 주도해 만든 기독 정당은 총선 때마다 국회 진출을 시도했지만, 비례대표 1석도 얻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2019년에는 한기총을 통해 전국 총선 지역구 수와 같은 253개 지구에 지역연합을 조직하겠다고 해(관련기사☞[단독] 정치세력화하는 한기총… 전국 253개 선거구에 목회자 ‘알박이’) 교계 내부에서는 전 목사가 종교적 기구를 동원해 정치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독자유당과 보수 개신교계가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전광훈(왼쪽에서 첫번째) 목사가 홍준표 후보와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독자유당과 보수 개신교계가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전광훈(왼쪽에서 첫번째) 목사가 당시 홍준표 후보와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는 모습.

전 목사는 이번에도 1200만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당부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국민혁명당에 표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기독자유통일당(전 기독자유당)의 지지율은 1.83%였다. 국내 기독교인 총 960만명(통계청 2015년 조사 기준) 중 51만표를 얻는데 그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기독 정당으로 국회에 들어가겠다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대다수 개신교인들이 목회자들의 극단적 극우 행보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전 목사의 대통령 하야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지난 2019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발표한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79.5%는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또 전 목사의 언행에 대해서는 개신교인 64.2%가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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