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독자유당과 보수 개신교계가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1200만 범 기독교계는 기독교 정신과 가치관, 정체성과 노선에 부합된 5.9 대선후보로 홍준표 후보를 지명·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와 홍준표가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7년 5월 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독자유당과 보수 개신교계가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1200만 범 기독교계는 기독교 정신과 가치관, 정체성과 노선에 부합된 5.9 대선후보로 홍준표 후보를 지명·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와 홍준표가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회원 교단 소속 목회자 아니어도 선거구 지역 위원장 세워

전광훈 목사 후원하던 기독자유당 지지해 국회 입성 도모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1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정치계에 발을 들이려는 보수 개신교의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친 정치적 성향을 보여온 한국교회 보수진영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전국 선거구를 공략하기 위한 전국단위 조직망을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기총 한 관계자는 전국 253개 선거구에 위원장으로 배치된 목회자 이름이 담긴 서류를 보여주며 “앞으로 한기총은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각 선거구에는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6명이 위원장으로 선정돼 있었다.

내년 총선에서는 지난 총선 때 맛본 굴욕을 씻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구에 목회자들을 배치해 표를 얻어 한기총 등 한국교회 보수진영이 그간 주장했던 사회적 이슈를 관철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최근 총무협의회 시국간담회에서 한기총 전국 지역연합회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조직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한기총을 이탈해 재가입한 교단이 아니거나, 한기총 회원 교단이 아닐지라도 교단을 초월해 정치적인 세력을 조직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창립 이후 줄곧 친 보수 행적을 보여온 한기총이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았던 전광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뽑히면서 본격적인 정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한기총이 이같이 지역구를 공략하는 이유는 내년 4월 총선을 공략해 국회 진입을 이뤄내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이 한기총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동일하게 253개로 분류한 지역연합회를 한기총 산하 단체 조직에 두고 특정 당과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당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한기총이 지지하는 이슈에 같은 목소리를 내줄 정당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간 친 행보를 보였던 자유한국당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지난번에 부족했던 6만표를 채울 생각을 하고 있다”며 결국 전광훈 대표가 지지했던 기독자유당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전광훈 대표는 3월 기독자유당이 창당됨과 동시에 후원회장을 자처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장경동 목사 등 내로라하는 유명 목회자와 연예인을 앞세워 교회표몰이에 나섰다. 다른 기독 정당인 기독민주당(기독당)을 누르고 국회 입성을 자신했던 기독자유당은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당선 소감문을 발표하는 등 축포를 터뜨렸지만 결국 국회 입성은 좌절되는 헤프닝을 겪기도 했다. 

국회에 입성하기 위한 최소 득표율인 3%라는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다. 기독자유당의 득표율은 2.64%였다. 전광훈 목사는 정치권에 뛰어들어 4번째로 좌절을 맛봐야 했다. 기독민주당(기독당)의 형편은 더 안좋았다. 0.54%의 득표율을 얻었다.

반면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 표를 합산하면 3.18%가 나왔다. 두 정당이 통합해 하나의 기독정당으로 총선을 공략했다면 국회 문턱을 넘었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당시 두 정당은 총선에 앞서 서로 헐뜯기에 바빴고 민심의 결과는 투표율로 증명됐다.

한기총은 내년 총선에서는 기독민주당에 분산됐던 표를 영입하고, 지금부터 지역구 단위로 공략해 지난 득표보다 최소 6만표 이상을 더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기총은 정치 선거구 253곳을 중심으로 세운 지역연합회를 통해 선거 뿐만 아니라 현재 위축된 활동에 대한 재기도 꿈꾸고 있다.

현재 한기총은 대형교단들이 회원교단에서 빠져나가면서 한국교회 내에서의 대표성이 퇴색된 군소교단 연합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회원 교단이 아닌 목회자들도 위원장으로 영입해 함께 활동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기총은 253개 지역 위원장 구성을 마쳤고, 17개 광역회장 인선과 각 지역 연합회 임원 구성을 앞두고 있다. 선임 절차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위원장으로 뽑힌 목회자들의 승인 절차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장으로 선정된 목회자들이 수락하면 위원장들로 조직된 지역연합회를 중심으로 정치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원 교단이 아닌 목회자들이 위원장직을 모두 다 수락할지도 미지수다.

한기총 관계자는 위원장에 뽑힌 목회자들은 전부 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독자유당이) 국회에 진입할 경우 그간 한국교회 보수진영에서 강하게 주장됐던 반동성애, 반이슬람, 반차별금지법제정 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치권도 한기총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좌파정권과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반드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부터 정치적인 성향이 짙었던 한기총이 전면적으로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한기총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이 짙었던 한국교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19대 대선 때에는 교인들에게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광훈 목사에게 1심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감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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