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4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지난해 1월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오늘날 종교와 정치의 동맹 관계가 발생해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맹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핵심적인 것은 믿는 사람들이 사적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 사랑의 기독교’에 빠짐으로써 기독교 신앙을 왜곡(歪曲)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이념과 동일시 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 대해 장동민 백석대 역사신학과 교수는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서 펼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보수 교회처럼 신앙과 이념을 동일시하는 것은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장 교수에 따르면 2002년 참여정부의 출현과 더불어 한국교회 내 신학적 보수와 진보 대립이 정치적 보수와 진보 대립과 맞물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2000년대 초반 ‘뉴라이트’ 운동이라는 시민운동 형식으로 시작된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점차 확대 심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3월 1일 뉴라이트 단체들이 주최한 ‘반핵반김 자유통일 삼일절 국민대회’에서는 수만명이 모여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을 비판하고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는데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신학적 보수와 정치적 보수가 맞물린 기독교 보수주의가 전면에 등장한 최초의 집회”라고 했다. 또 이 대회를 계기로 기독교와 태극기 그리고 가끔 성조기도 함께 등장하는 소위 ‘태극기 집회’가 시작됐다고 봤다.

뉴라이트는 2007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는 각 교단과 기독교 단체들을 통하여 더욱 확대됐다.

장 교수는 “한기총 등 기독교 단체들이 중심축을 이루는 태극기 집회, 선거 때마다 이름을 달리하며 등장하는 기독교 정당들, 박근혜 정권 말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매년 8.15에 반복되는 건국절 논쟁 등에서 뉴라이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며 “보수적 기독교는 동성애, 이슬람, 세월호, 촛불 혁명, 검찰 개혁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개입하여 보수적 의견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이념적으로 우편향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마침 4.15 총선과 시기적으로 일치해 보수 기독교와 보수 정당이 연대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이들은 2020 총선이 자유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 친미냐 친중이냐 등 대한민국의 체제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라 주장하며 반공주의 정서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 전광훈 목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지난 2019년 10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천지일보DB

장 교수는 “극우 기독교인들은 정부의 방역에 불만을 품고 비상식적 행동을 했고 그 결과 교회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했다”며 “급기야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발 대유행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기독교와 이념이 동일시 돼선 안 되며 다만 긴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독교 안에서조차 다양한 이념이 자리잡고 있기에 특정 이념을 신앙과 동일시 하는 신앙 패턴이 위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교회 안에 보수, 중도, 진보가 고루 존재하기 때문에 교인들 간의 이념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며 “대다수의 교회에서 목회자를 비롯한 주류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샤이 진보의 숫자가 상당하다”고 봤다.

이어 “더 나쁜 경우는 어떤 교회에는 보수적인 사람들만 그득하고 어떤 교회에는 진보적인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이라며 “교회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상대를 저주한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한 중보자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이라고 하기에는 진보와 보수의 골이 너무 깊다. 이렇게 교회는 신약의 이상으로부터, 그 본질적 가치로부터 멀어져 간다”고 지적했다.

결국 장 교수는 이 같은 이념적 갈등을 견디다 못해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도 상당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나이가 젊을수록 진보적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념적 갈등으로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 가운데 젊은이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며 “이 역시 한국교회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또 “더욱이 교회 세습, 후계 다툼, 법정 투쟁 등의 흉한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더욱 급속도로 교회를 이탈한다”며 “교회의 이런 스캔들은 젊은이들이 보기에 근대 자본주의적 가치와 전근대적인 관습이 결합돼 나타난 괴이한 현상이다. 후기 근대적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에게 보수적 이념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은 추문은 전통적 기독교마저 혐오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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