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박범계표 기수역전 인사 예고

‘김학의 불법출금’ 오인서 사직

고흥 인천지검장도 사의 표명

검사장급 이상 공석 11곳으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명에 맞춰 검찰 고위직 간부들이 줄사표를 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지휘해온 오인서(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검장은 이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 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직 고검장급 중 검찰을 떠나는 고위간부는 조상철 서울고검장에 이어 2명으로 늘었다. 오 고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자리를 정리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소신을 지키며 책임감 있게 일해온 대다수 동료, 후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러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오 고검장은 그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팀을 이끌며 총괄 지휘해왔다. 2019년 3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에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연루, 직무를 회피하면서 이를 대신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인서 수원고등검찰청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인서 수원고등검찰청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9

법조계에서는 오 고검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에 대한 기소 결정 판단을 미루는 대검찰청 수뇌부에 항의하는 취지의 사의 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보고를 대검에 올렸음에도, 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2주 넘게 기소 판단을 미루다 결국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이 임박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 고검장은 정치적 외압이 상당했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원칙대로 소신있게 처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고검장은 동성고, 고려대 법대를 나와 전주지검 검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광주고검 차장검사, 대검찰청 공안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다.

지검장급 중에서도 첫 사의 표명이 나왔다. 고흥(사법연수원 24기) 인천지검장은 “일선 검찰청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인천지검 근무를 마치며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날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고 지검장은 연수원 24기로 고검장 승진 대상자여서 용퇴 압박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고흥 인천지검장 (출처: 연합뉴스)
고흥 인천지검장 (출처: 연합뉴스)

경기 수원 출신인 고 지검장은 수원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8년 부산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이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공안기획관,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서울고검 차장검사, 울산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인사적체를 이유로 기수 역전 등 파격 인사를 예고함에 따라, 곧 있을 인사에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에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서울고검장, 수원고검장, 대구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고검 차장검사, 인천지검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11곳으로 늘었다.

앞서 조상철(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도 지난 28일 사표를 낸 바 있다. 조 고검장은 이날 내부 통신망에서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검찰권을 적정하게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조 고검장과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또 장영수 전 고검장의 사퇴로 대구고검장 자리도 비어있다. 또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고검 차장도 공석이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면서 인사 판을 짜는 법무부로서는 상당한 여유가 생겼다. 또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인사 발표도 이번 주 내에 가능해짐에 따라, 곧 있을 인사에서 현재 검사장급 이상 자리에 다수 포진해 있는 연수원 23·24기 등이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이 다음 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과 이번 인사안을 놓고 언제 만나 어떻게 협의할지도 주목된다. 법무부는 앞서 구체적인 검찰 인사안을 놓고 신임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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