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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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는 환자·의사에 다 도움이 되고 이미 세계적인 대세이다.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의사도 막상 해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한국은 IT 기술이 발달한 나라이고 의료 수준도 세계 수준급이라 원격의료를 일단 시작하면 금세 앞서 가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의사출신, 의료기기 개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원격의료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에서 원격의료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연평균 22.4%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2989억달러(약 331조 181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규제를 대폭 완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 진료와 치료를 극대화하는 의료 신기술을 이용토록 허용하고 있다. 의사들이 원격의료 관련 각종 제도 개혁을 이끄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미 의사 단체들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의회·정부에 원격의료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의사들이 면허를 받은 주(州)가 아닌 다른 주의 환자도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렸다. 유럽에서도 영국·프랑스·스페인에서 관련 규제가 대부분 사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9년 미국 내 전체 진료 건수의 0.15%에 불과했던 원격진료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선언 직후 13%로 100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대도시 유명 병원들도 지난해 원격진료 건수가 예년에 비해 30~40배씩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원격의료가 코로나를 계기로 완전히 정착했다. 지난해 1900만회 원격의료가 이뤄졌다. 전 국민의 20%가 한 번 이상 원격의료를 체험했다. 사회보험에서 상담비를 환급해주는 진료의 5.4%를 차지했다. 전년도엔 0.1%에 불과했다.

중국에서는 원격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이미 25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들의 저렴한 가격, 신속한 진료에 대한 희망이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하고 싶어 하는 의사들의 바람과 만나 새로운 의료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확대되고 있고, 스마트헬스케어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격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원격 모니터링 등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원격의료를 우선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여전히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대상은 경증 환자·만성 질환자 등으로, 의사는 이들에 대한 전화 상담 및 처방, 대리 처방, 화상진료를 할 수 있다. ‘재외 국민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 길도 열렸다. 최근 산업자원통산부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사업’을 임시 허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격 모니터링만 가능하고, 원격으로 처방을 바꾸거나, 조치를 가하는 원격 진료는 못 하고 있다. 해당 환자는 병원에 나와야 한다. 선진국서 100% 활용되는 기술이 우리나라 환자에게 소외된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전화 진료만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응급실, 외래 방문을 줄이고, 입원 빈도도 감소시킬 수 있다. 환자들 삶의 질도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의료비도 낮출 수 있다. 원격의료는 환자 건강과 질병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고 의료비를 낮춘다. 남용될 소지를 제한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면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법적으로 진료실 밖 의료 행위도 인정하되 개인 정보 보안 법안을 원격진료에도 적용하면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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