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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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9일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조만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선 행보에 적극 나서면서 판이 더 커졌다. 게다가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등도 이미 대선 행보에 나선 상태다. 최근엔 충청권 민심을 아우르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의 행보도 눈에 띈다.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당원, 기초․광역 의원들까지 나서서 양 지사의 대선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양 지사의 결단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뒤 7명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을 실시해서 6명까지 본 경선에 들어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경선은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사흘간 일반 국민과 당원 여론조사로 각 50%를 반영해서 최종 6명을 뽑는다. 예비경선은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내달 2일 민주당 대표 경선이 끝나면 민주당 안팎의 관심은 온통 대선 레이스에 집중될 것이다. 여기에 야권의 대선 레이스까지 감안한다면 이젠 본격적인 ‘정치 시즌’이 열리는 셈이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는 집권당이라는 무게감으로 인해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적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은 ‘허상’에 불과하다. 딱히 손꼽을 야권 후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반문(反文) 여론이 윤 전 총장 쪽으로 집결되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검증 안 된, 그 마저도 검찰총장 출신을 그대로 대선 레이스에 편입시키는 것이 과연 설득력 있는지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따져 볼 일이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면 화를 면키 어렵다. 따라서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가 더 주목되는 이유라 하겠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선 레이스를 볼 때 몇 가지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보는 것도 흥미를 더 할 것이다. 최소한 예비경선 시기까지 만이라도 관심이 모아질 몇 가지의 쟁점을 짚어 보자. 먼저 ‘2위 싸움’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양강 구도가 4.7 재보선을 계기로 깨졌다. 이재명 지사의 원 톱 체제가 구축되면서 이 전 대표가 추락하고 바로 그 자리에 정세균 전 총리가 치고 들어갔다. 따라서 누가 2위가 되느냐에 따라서 원 톱인 이 지사도 위태로울 수 있는 구도가 펼쳐 질 수도 있다. 2위 싸움은 곧 1위 싸움을 위한 추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제3후보론’이다. 기존의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제3후보는 있는가. 있다면 그는 누구인가로 압축된다. 물론 제3후보가 2위를 탈환할 수도, 더 나아가서는 1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기존의 구도를 흔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아직은 당내 주류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대선 주자가 없다는 것이 제3후보론의 배경이다. 물론 제3후보론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뚜렷한 대안의 인물이 없다면 당내 주류세력도 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도 제3후보론을 보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역적으로는 부산․경남과 충청권 후보군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는 갓 40대를 넘긴 후보군도 있다. 과연 ‘다크호스’가 나올 수 있을까.

셋째는 ‘누가 6강인가’하는 점이다. 예비경선 두 달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전반적으로 3강, 즉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그리고 정세균 전 총리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나머지 3명은 누가 될까. 이들은 비록 최종 후보가 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차세대 대선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리고 본선 레이스 과정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맘껏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며, 본선 레이스의 최종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의 열쇠도 쥘 수 있다. 따라서 예비경선을 통과해서 최종 6명의 후보군에 포함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기회와 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과연 6명의 후보군은 누가 될까.

지금까지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초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압축해 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당내 계파 문제라든지, 또는 각 후보들 간의 거친 공방전으로 인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일정을 보면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게 돼 있다. 일정이 더 늦춰지지 않는다면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예비경선까지는 다크호스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비중 있는 인물들이 몇 명이나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지도 미지수다. 이것은 흥행의 승패가 달린 문제다. 내달 초 새로 취임하는 당 지도부가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과제라 하겠다.

지금도 이렇다 할 밑그림조차 그리기 어려운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엄청난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내부의 역동성뿐만 아니라 외연확대의 폭발력, 그리고 국민적 관심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선거정치는 기획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물적 조건’이다. 이것만 본다면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예비경선부터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 높은 경선 레이스를 보여 줄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새로운 인물들이 급부상하고 각 후보 간에도 손에 땀을 쥐는 각축전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2년의 국민참여경선 이후 거의 20년 만에 민주당은 지금 최고의 흥행을 촉발시킬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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