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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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6월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당 대표 경선은 국민의힘 향배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3월의 대선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기회를 살리느냐, 아니면 또 무기력하게 자멸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그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국민적 지지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 집권 마지막 해까지도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고 있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더욱이 국정난맥이 민생을 강타하고 그로인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은 ‘반사효과’만 챙길 뿐, 무엇 하나 민심에 던지는 묵직한 기대치도 없다. 게다가 대선을 불과 10개월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도 유력한 대선주자조차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제1야당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침 국민의힘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구태의연한 중진들의 잔치라면 몇십명이 나와도 여론은 시큰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부터 다르다. 초선 등 젊은 정치인들이 출사표를 던지는가 하면 여론에서도 우위를 다투고 있다. 이전엔 이런 적이 없었다. 따라서 중진급 주류 정치인들에 대항하는 초선의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당권 경쟁에 나섰다는 것 자체부터 신선하고 고무적이다.

물론 그들이 당 대표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래서 당 대표에 오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당을 대표하고, 차기 대선까지 감당할 수 있는 정치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논외의 문제다. 일단 ‘도전’ 그 자체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의 변화와 역동성을 몰고 올 수 있는 결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플랜은 그 연장선에서 마련될 수밖에 없다. 장 밖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당권 향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 하겠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지목하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흙수저에서 시작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심지어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경제 대통령’ 얘기와 함께 대선 주자로 나올 수 있다”는 구체적인 분위기까지 언급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의 순간’ 운운하며 윤석열 전 총장을 띄웠던 김 전 위원장이 왜 이렇게 돌변한 것일까. 거기엔 몇 가지의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먼저 김동연 전 부총리가 실제로 급부상 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내포돼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바라는 대선후보의 최고 덕목은 역시 ‘경제 전문가’다.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이 나와야 대한민국이 재도약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다. 게다가 인생 스토리까지 감동적인 김 전 부총리는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재명 경지지사와도 정면대결을 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전 부총리를 노골적으로 띄운 것이다. 과연 뜰 수 있을까. 물론 쉽지는 않아 보인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서운함과 답답함이 강하게 내포돼 있다는 점이다. 나름 신경을 써줬건만 윤 전 총장의 ‘콜백’은 없었다. 반대로 윤 전 총장은 다른 전문가들과 어울리는 등 독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킹메이커’를 노리고 있는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답답함에 더해 서운하다는 생각까지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을 압박 또는 견제하기 위한 방식으로 제3의 인물을, 그것도 스토리 풍부한 경제 전문가를 내세운 것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 궁금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이런저런 창구를 개설할 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세 번째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길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는 주류 중진 그룹과 비주류 초선 그룹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직전까지 국민의힘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비대위원장으로서 무려 10개월을 지냈다. 그럼에도 당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컸다. 그 연장에서 오는 6.11 전당대회에서 구태의연한 중진들이 다시 당을 장악한다면 김 전 위원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당 바깥에 있다고 해서 마냥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권 경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시점을 잡아 제3의 대선주자를 띄우면서 자신의 존재감과 당내 역학관계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장 김종인 전 위원장의 의도대로 국민의힘이 반응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렵게 빼든 ‘김동연 카드’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국민의힘은 지난 4.7재보선 압승에 취해 있는 것일까. 막말과 구태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백신을 구하겠다며 미국까지 갔던 전직 대표의 저급한 언행은 김 위원장에겐 ‘절망’처럼 보일 것이다. 반대로 젊은 정치인들의 급부상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투쟁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당에 대한 깊은 절망에서 우연처럼 기회가 조성되고 있을 뿐이다. 당의 변화된 모습과 함께 곧 다가올 대선 정국에서도 키를 쥐고 싶은 김 전 위원장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김동연 카드’는 그 절박함에서 나온 설익은 액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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