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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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단편소설 ‘개’는 개의 관점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김훈이 개라는 소설을 구상하게 된 것은 개가 인간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으며 기쁨을 주는 가축 동물이기 때문이었다. 소설에서 개는 지나간 슬픔보다 다가오는 기쁨을 기뻐하는 ‘나’라는 사람으로 의인화된 형상으로 표현됐다.

신세계 그룹 소속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지난달 30일 가진 구단 창단식에서 마스코트로 대형견 카네코르소(Cane Corso)를 바탕으로 만든 ‘랜디(LANDY)’를 공개했다. 랜디라는 말은 구단 이름 랜더스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 중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SSG 랜더스는 랜디에 대해 사람들에게 용기와 사랑, 위로를 주는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를 모티브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용맹함과 충성심으로 가족과 친구를 강인하게 지켜내는 개인 카네코르소를 활용해 랜더스의 새로운 도전과 승리의 과정에 힘을 더해줄 상징물로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팀에서 개를 마스코트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일부에선 애견인이기도 한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취향이 반향된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개도 아니고 이름이 낯선 카네코르소라는 이탈리아 개를 빌려 마스코트로 내세운 것은 의외의 발상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SSG 랜더스가 국산 개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개로는 진돗개와 풍산개가 있다. 카네코르소보다 대형견이 아니지만 진돗개와 풍산개로도 토종견으로 구단이 표방하고자 하는 용맹성과 충성심을 충분히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단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국어로 개라는 말이 비속어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토종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개라는 말은 순수하게 가축용 동물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행실이 형편없는 사람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 다른 사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만큼 개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썩 유쾌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프로팀에서도 호랑이, 곰, 용 등 한국 전래 동화에서 나오는 친근한 동물들을 마스코트로 삼아 구단 정체성을 만들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기아 타이거스가 된 해태 타이거스는 호랑이를 내세워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해태 타이거스를 광주 연고지역을 나타내는 ‘무등산’ 호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산 베어스는 1982년 OB 베어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할 때 곰을 마스코트로 정해 우리나라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熊)’ 이야기를 연상시켰다. 프로야구 초창기 팀 MBC 청룡은 상상속의 동물 ‘용(龍)’을 마스코트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국내서 많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 개 이야기로도 충분히 팬들에게 사랑 받는 마스코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생 구단은 우리에게 생소한 외국개를 국내 프로야구 마스코트로 결정했다. 시즌 중 랜디를 만나면 아마도 팬들은 불편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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