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not caption

프로야구 SSG의 추신수가 요즘 시범경기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면서 9년 전 박찬호의 모습이 대비됐다. 둘 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배경으로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물론 포지션은 다르다. 추신수는 타자로, 박찬호는 투수로 각각 국내 야구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은 매우 컸다.

박찬호는 2012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단번에 한국 프로야구 중심에 섰다. 시즌 초반부터 한화 홈구장은 박찬호를 보려는 팬들로 넘쳐났다. 시범경기부터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마다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박찬호가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점차 팬들의 관심은 식어갔다. 한때 1만명이 넘던 관중 수는 성적 부진과 함께 리그 중반을 넘어서던 7월 이후 절반선인 5천명대로 떨어졌다. 박찬호는 결국 그해 5승10패, 방어율 5.06의 성적을 남기며 시즌이 끝난 뒤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박찬호로서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생각보다 더 빨리 마감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로부터 9년 후 이번에는 추신수가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으며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생 SSG 유니폼을 입고 섰다. 추신수는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십수년간 성공적으로 활약하다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텍사스 레인저스를 뒤로하고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을 찾는 대신 마침 새로 출발하는 SSG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추신수는 지난 2월 23일 이후 국내 프로야구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2주간의 격리를 거친 뒤 팀 훈련에 합류하면서 그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추신수의 실체는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창원에서 벌어진 NC와의 첫 시범경기서 추신수는 3타석에서 삼진 2개를 당했다. 추신수는 23일 부산 사직경기에서 첫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으나 팀은 롯데에 2-3으로 패해 시범 경기 3연패에 빠졌다. 그는 3경기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아직 한국 무대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한 모습이다. 추신수 자체도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타력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타격 밸런스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추신수가 박찬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많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일이다. 사실 추신수는 박찬호보다 여건이 더 불리한 편이다. 가족들이 미국에 머물러 있는 채 본인 혼자서 한국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수 상황으로 인해 가족들과의 재회도 쉽지 않다. 박찬호의 경우는 가족들이 일본에 있었으나 수시로 한국을 찾아 그를 격려하고 했다.

추신수가 한국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박찬호가 실패한 이유를 잘 분석해야 할 것이다. 박찬호는 한국 무대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기 않고 자신의 메이저리그 성공 경험만을 갖고 달려들었다가 한국 타자들에게 낭패를 봤다. 한국 선수들은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떨어진 박찬호를 상대로 제대로 공략했다. 박찬호는 한국 무대에서 경기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약점이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도 잘못하면 박찬호와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국 프로팀 투수들은 추신수에게 희생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철저히 대비할 것이다. 추신수가 이들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한국 무대에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질 수 있다. 아무리 메이저리거지만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한국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신수가 박찬호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메이저리거로서 품격을 살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지는 순전히 그의 몫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한국 프로야구를 얕잡아 보다가는 호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그가 한국을 떠났던 2005년 이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야구는 그때보다 훨씬 전문화, 세분화돼 오히려 미국 메이저리그보다 부분적으로 장점을 갖고 있는 분야도 있다.

추신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터득한 경험을 살리며 하루 빨리 한국 프로야구에서 적응력을 높이는 게 아닐까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