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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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3월, 우려했던 상황이 마침내 전 세계 스포츠를 강타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메르스, 에볼라 같은 이전의 전염병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세계인들의 일상적인 삶은 파괴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어가 되면서 스포츠 일정도 자연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12월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할 때만 해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순한 유행 독감 정도로 치부하는 인식들이었다. 중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는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2020년 1, 2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스포츠 대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했다. 미국의 경우 2월 말 첫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나왔지만 미국 프로농구(NBA)와 프로골프(PGA)는 우려 속에서도 대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NBA에서 먼저 악재가 터져 나왔다. 3월 둘째 주 미국 PGA 최대 대회 중 하나로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기간 중 NBA에서 시즌 중 전면 중단이라는 돌발적인 결정을 내렸다. NBA에서 사상 유례 없는 시즌 중단 결정을 한 것은 유타 재즈 루디 고버트가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NBA는 모든 일정을 전면 중지시켰다.

여파는 바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미쳤다. 마쓰야마 히데키가 1라운드에서 기록적인 63타를 친 그날 저녁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개최 도시, 플로리다주, 연방 정부 등과 긴밀한 공조를 취해 대회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대회 자체가 취소됐다. 이후 미국 프로스포츠는 물론 아마스포츠로 확산되며 모든 대회가 취소됐다.

세계적으로도 스포츠 대회가 전면 취소되는 러시를 보였다. 단일 대회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는 전쟁 사태를 빼고 처음으로 대회 중단을 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어가 되면서 스포츠를 안 하는 게 안전지대처럼 돼 버렸다. 며칠이 몇 주가 되고, 몇 주가 몇 달이 되면서 해를 넘겼다. 1년이 지났지만 스포츠는 아직 부분 개통이 됐을 뿐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무관중으로 대회를 여는 정도였다.

엄격한 방역 지침 하에 선수들은 경기를 하기 위해선 체온을 측정하는 게 일상화됐고 경기 직전까지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했다. 관중이 없는 썰렁한 체육관에서 선수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야 했다. 게다가 확진자라도 나오면 대회 중간에 취소를 해야 했으며 일부 대회는 잠정 연기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선수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대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빈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였다. 가족과의 시간을 갖고, 취미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초조하게 대회가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대체적으로 선수들은 위험 사회와 정상 사회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 PGA에서 활동하는 한 선수가 “지난 1년간 배운 것은 골프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며 “골프 투어 위에 국가와 세계, 인류의 안전과 건강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수와 선수가 연결되고, 국가와 국가가 서로 이어지는 초연결사회에서 홀로 존재하는 문제는 있을 수 없다. 많은 문제와 사건 등 뒤에는 복잡한 원인이 잠재해 있는 게 요즘 세상의 모습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블랙홀’처럼 빨려든 지난 1년간 스포츠는 호된 시련을 겪으면서 스포츠 밖 세상도 스포츠 안과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값진 교훈으로 얻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나비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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