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천지일보DB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약 10조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납부해 전체 법인세의 18%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까지 공시된 190개 상장사 중 삼성전자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매출액의 4.2%인 9조 9400억원으로, 전체 18%를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제출한 경영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연간(연결 기준)으로 총매출액은 236조 8100억원, 매출총이익은 92조 3200억원(매출액의 39.0%)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전년보다 증가한 매출과 이익을 내면서 법인세 역시 전년보다 1조원 이상이 증가한 약 10조원을 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계속된 재정지출로 인해 국가부채가 1000조원에 바짝 다가서고 세수는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가 국가재정에 가장 기여한 셈이다.

정부가 지난해 걷어 들인 세금, 즉 국세수입은 2019년보다 7조 9000억원이 감소한 285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세수입이 줄어들은 것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법인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2020년 법인세는 전년보다 16조 7000억원이나 줄었다.

법인세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1조원이나 더 증가한 10조원의 법인세를 낸 것이다. 상장기업사 중 1/5 정도의 법인세를 삼성전자가 감당한 셈이다.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삼성전자의 법인세 규모는 압도적이다. 두 번째로 많은 법인세를 낸 기업이 SK하이닉스로 1조 4781억원 수준이다.

신한지주도 1조 2558억원으로 조 단위의 법인세를 낸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이어 네이버(4925억원), 삼성SDS(4332억원), LG전자(3919억원), 기아차(3538억원), LG생활건강(3080억원), 삼성물산(3045억원), KT(2717억원) 등의 순이었다.

작년 코로나19로 업황 악화와 실적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에게는 세법개정과 세액공제도 있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 몫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작년 국가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한 가운데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기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금융권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일가의 상속세 자진 신고·납부 기한은 오는 4월 말까지다. 故이건희 회장의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 상속세만 11조 366억원이다. 올해 약 2조원을 내고 나머지 금액은 5년간 나눠서 납부(연부연납)할 수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이 같은 천문학적인 상속세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과도한 국내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회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장 혼란을 초래하거나,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향후 점진적으로 해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다. 그러나 할증률까지 고려할 경우, 세율은 60% 이상으로 뛰게 돼 사실상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삼성의 상속세 규모만 해도 자칫 그룹이 흔들릴 정도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상속세를 다 내왔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해서 예외를 줄 순 없을 것이다”면서 “이번 기회에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점진적으로 과도한 상속세를 낮춰 나가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상속세는 더 부담이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약 60%로 세계 주요국가들의 2~3배 이상 수준이다. 기업을 유지할 정도로 해줘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는 기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속세 부담이 크다. 그 외 기업들의 규제도 있어 자꾸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려고 할 것이다. 기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상속세는 OECD 평균인 20~30% 정도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상속세 문제는 특히 일반 서민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대기업의 오너 상속세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너무 과도한 상속세를 낮추고 상속 공제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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