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과 프로포폴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21.3.1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과 프로포폴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21.3.14

이재용, 실형 받고 법정구속… 컨트롤타워는 ‘공석’

M&A혈투 속 100조 실탄 갖고도 총수부재로 멈춤

애플·中업체 협공에 위태로운 세계 스마트폰 ‘1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불법승계 의혹… 진행 중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오너 리스크(owner risk)’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기업의 총수가 그 기업의 위험요소라는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양날의 칼’과 같다.

기업경영에 있어선 경영 최일선에서 빠른 결단력과 행동력으로 목표를 정해 삼성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개인에 있어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로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이 6년간 삼성전자를 이끌어왔으며 2017~2018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영능력을 입증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평가 5위로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작년 매출 236조 8069억원과 영업이익 35조 9938억원을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주가에다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은 489조 5222억원(11일 장마감 기준)에 달한다. 이는 2~10위 기업의 시총을 모두 합해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은 위기다. 이 부회장은 수감돼 컨트롤타워는 공석이고, 사법 리스크 등 오너 리스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4년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은 한건도 없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중국 업체의 협공에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악재도 이어지고 있어 순탄치가 않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4년간 멈춘 M&A… 실탄만 쌓여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이후 16분기 연속 M&A가 0건이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등 사법 리스크 장기화된 여파다.

지난해만 해도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등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M&A 거래액이 1180억 달러(약 130조원)에 달했다. 반도체 산업에 있어 1년이라는 차이는 수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경쟁사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 ARM, 자일링스 등 유망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섰지만 중요한 순간 삼성전자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총수가 자리를 비워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100조원 이상 현금 실탄을 보유한 삼성전자라지만 정작 총을 쏠 타이밍에 총을 쏠 수 있는 사격수가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DB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DB

◆애플에 밀리고 중국폰에 쫓기는 삼성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그러나 1위 기업임에도 현 상황은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폰과 중저가 폰을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폰은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폰은 중국 업체에 쫓기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9%로 1위를 지켰다. 애플은 같은 기간 점유율 15%를 기록해 전년 대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7%p에서 4%p로 줄였다. 여기에 3위부터 10위 가운데 7개 업체가 중국 기업으로 이들의 점유율 합계는 60%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 출시를 힘입어 21%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하고 삼성전자(16%)는 2위로 물러났다. 이어 샤오미(3위), 오포(4위) 등 중국 업체들이 뒤이었다.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천지일보DB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천지일보DB

◆프로포폴 의혹… 檢, 수사심의 소집

이 부회장이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이 부회장이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받았다는 공익제보를 받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 부회장 측은 올해 초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부회장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고 이후 개인적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은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이 부회장과 관련해 또 다른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서울 A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가 모발을 채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이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프로포폴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향후 검찰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이나 불기소 권고를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8

◆또 다른 폭탄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이 남아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더불어 사건의 결과에 따라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관련 재판은 지난해 10월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검찰은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합병으로 피해를 본 회사가 없으며 오히려 이익을 봤다면서 법정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다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1명을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우는 대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서 거짓정보를 유포하거나 중요정보를 은폐하는 수법 등 각종 부정거래를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 당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활동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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