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이 1주일을 넘겨 악화일로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현장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일로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달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전공의를 하지 않겠다며 인턴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서울 대형병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전임의들의 동요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딴 이들은 대개 2월 말에 1년 단위로 병원과 재계약을 하는데 이 인력들마저 이탈한다면 병원이 간단한 응급처치조차 하기 버거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병원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의대 교수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그 사이에 낀 국민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와 고통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는 의료진 부재 등으로 7곳 병원에서 진료불가 통보를 받았고 53분 만에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예정된 암 수술 등이 취소되는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떠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전공의부터 병원으로 돌아오고,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강경 일변도인 정부의 대응 기조도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의사 파업에 대한 관계 부처별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검경은 집단행동 주동자는 물론, 배후에서 부추기는 사람들까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정부의 엄정한 대응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현실이 되면 교수들의 집단행동 가세로 의료 공백이 대응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접점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의료계는 물론 정부 또한 이번 주가 그나마 사태를 원만히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물밑 협상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정부는 29일을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못 박고 있다. 정부 강공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공의들은 여전히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정부와 의사들 간 극한 대치 속에 양측을 중재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 교수회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단은 “정부와 책임 있는 의료단체 간 공식 대화를 즉시 시작하라”고 촉구했고, 전국 의과대 교수협의회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다짐했다.

의대 증원의 불가피성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점차 인정되는 분위기다. 최대 쟁점은 의대 증원 규모인 것으로 본다. 이에 최근 의대 증원 조정 가능성을 밝힌 의대 교수 등의 중재 움직임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것을 주문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 시스템의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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