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일주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맞부딪히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빅5’ 병원을 시작으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전국적으로 번졌고,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빠지자 진료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 위기로는 사상 처음으로 재난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해 범부처 차원으로 대응 수준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 이외에 보건의료 위기로 인해 ‘심각’ 단계에 들어선 건 처음이다.

3월이면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의료대란이 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파국’을 피하기 위한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논의의 근본 전제인 의사 부족 여부에 대한 시각이 양극단으로 치우쳐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7년간 의대 정원이 늘지 않는 상황과 급속한 고령화를 이유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보지만, 의사들은 인구 감소 상황에서의 의대 증원이 의사인력의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사 수, 즉 의대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양측의 시각이 갈린다.

정부는 의사뿐 아니라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들은 뒤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이지만, 의사들은 증원 규모까지 정부와 의사들이 함께 정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이야말로 진료비 상승의 주범인 만큼 이번에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에 의대 증원 얘기만 나오면 병원을 마비시키는 우리나라의 전공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가 전체 의사의 46.2%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40.2%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전공의 비율이 10.2%에 불과한 일본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과 대비된다. 전공의 비중을 낮추면 이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도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가 수월해진다.

향후 상당 기간 의대 증원이 불가피한 만큼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 처방이 시급하다. 매번 의사들의 실력 행사에 막히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 온 선례를 이번에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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