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코로나19 기간 중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출 호황 등으로 지난 2020년 사상 최초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수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해외 시장 공략이 한결 쉬워졌고, 매출과 수출 신장도 이뤄졌다.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출 급감 등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디지털 의료기기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수출주도형 산업이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의료기기다.

세계적으로 차세대 먹거리이자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산 의료기기의 육성과 수출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범부처 차원의 수출지원 대책 12개 분야 중 하나로 의료기기를 지정했다.

또한 국회는 지난해 말 본회의에서 디지털 의료제품에 특화된 새로운 법적 체계를 구축해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및 신뢰성을 높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을 담은 디지털의료제품법을 통과시켰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디지털 의료제품에 특화된 제조·수입 등 취급과 관리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제품의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가 처한 현실은 국내외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약 7000개에 달하는 의료기기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와 내수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기기 허가·심사 지연과 규제 부담, 불합리한 유통구조 또한 문제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미래 성장산업이나 아직 시작 단계에 있고 환자, 의료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모두에게 새롭고 도전적 과제다. 우리는 디지털의료제품법 통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의료, 보험, 환자, 산업 등 여러 분야의 이해관계자·전문가·정부부처 협력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앱 이외에도 가상현실, 메타버스, 게임 형태로 구현되기 때문에 문화·컨텐츠 분야도 참여해야 한다.

관련업계는 더욱 적극적 투자와 기술개발을, 정부는 정책수립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기존 의료기기업체의 혁신 의료기기 분야에 과감한 투자 및 진출과 함께 정부는 스타트업과 혁신 의료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새로 시장에 진입한 인공지능(AI)·디지털 치료기기 등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혁신 의료기기·기술의 건강보험 등재, 수가 책정,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혁신 기술이 적용되거나 개선된 치료재료의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산정 방식과 제도를 마련해 치료재료 적정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의료기관 납품 절차상 허가 서류 요구로 인한 기업 비밀 공개 우려가 있는 만큼 병원 납품 때 허가증 제출 금지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혁신 기술이 적용되거나 개선된 치료재료의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산정 방식과 제도를 마련해 치료재료 적정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의료기관 납품 절차상 허가 서류 요구로 인한 기업 비밀 공개 우려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의료기기는 전통적인 의료기기 규제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의료기기에 특화된 안전관리와 규제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규제 프로세스의 틀을 재정립하고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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