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일부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에 입법을 서두르라고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강하게 규제하는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힌 후 법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거대 플랫폼의 행위를 규제하는 정부안이 곧 공개 예정이다.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고, 4대 반칙 행위인 자사우대·끼워팔기·최혜대우·멀티호밍 제한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요건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플랫폼 및 정보기술(IT) 산업계의 사전 협의 요구와 주한미상공회의소의 정보 공개 및 협의 요청에도 미온적 대응으로 한·미 양국 플랫폼 업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관련 대학교수와 대형로펌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참고하고 있는 선행 규제 모델인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독일 경쟁제한방지법(GWB)의 규제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 단계로서 효과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다른 국가에도 적합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규제의 틀을 마련하기 전에 선결 과제는 플랫폼 경제에 기존 규범체계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도 플랫폼의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에 대해 이미 공정거래법과 심사지침에 근거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규제했다. 공정위 공정거래법 집행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가 공식적으로 플랫폼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서 한·미 통상 현안으로 불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미 상의는 성명을 통해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 상의는 자국 정부와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시장은 소비자와 공급자 양면 시장으로 구성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플랫폼은 상위 사업자로의 쏠림이 심하고 독과점화가 쉽다.

독과점화 되면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료나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후발 업체의 시장 진입과 공정경쟁도 어렵다. 정부는 이런 불법적인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차단해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규제가 혁신의 싹을 자를 수 있다. 플랫폼은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장하는데 규제로 성장 의욕이 꺾일 수 있다. 특정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사전 규제는 혁신적인 플랫폼이 나올 수 어렵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의지와는 다르게 집행의 어려움 때문에 외국 업체는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려워 국내 플랫폼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부 간 무역 합의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미 상의의 우려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 상의는 미국 최대 경제단체로 정부 정책과 의회 입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정위는 법안이 여러 시장에 가져올 직접적인 영향과 잠재적 파급효과로 철저히 검토하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국내외 플랫폼 산업계의 우려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절차에서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이해 관계자 협의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산업계와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공정거래법 활용 방안, 통상 마찰 우려 등을 충분히 검토해 추진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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