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에 이어 선수들 간 ‘하극상’ 문제까지 불거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아마추어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늘 임원 회의에서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했지만 감독 경질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고 경질 사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요르단과의 경기 전날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을 경질하면서도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축구팬과 국민들이 실망하는 이유는 4강 탈락이라는 성적표 때문이 아니다.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렸음에도 경기력이 형편없었는데 그 이유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대표팀 선수들 간 갈등과 불화가 경기력을 떨어뜨렸고, 감독은 이를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에서도 가장 살림 규모가 큰 조직이다. 연간 예산만해도 1천억원이 넘는다. 정몽규 회장은 대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집행부에는 문체부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도 있고, 법조인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맞아 협회의 부실한 대응이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임명 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능력이 부족하고 태도도 불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과 덜컥 계약했다. 클린스만과 코치진 잔여 계약기간에 대해 지급할 위약금만 1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분개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운영이나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에서 우리가 대한민국 감독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 종합적인 책임은 감독을 잘못 선임한 협회장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대표감독 인사 최종 결정권자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의 위약금에 대해 “변호사만 상의해 봐야 하는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사재를 출연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축구대표팀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다. 축구협회는 이번 아시안컵 기간 중 선수들 간 충돌 사태에 대해 자세한 정황을 파악해 발표하고 후속조치를 내려야 할 책임이 있다. 감독 못지않게 팬들의 지탄을 받는 축구협회도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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